농업기술 혁신이 화두다. 기후변화와 디지털전환 등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농업기술 혁신이다. OECD ‘2030년 바이오경제 보고서’는 농업이 식량 확보를 넘어 제약, 식품, 화장품, 바이오산업 원료, 에너지 생산으로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나일론, 테플론으로 유명한 세계적 화학회사인 듀퐁은 2000년 이후 구조 혁신을 통해 농업, 생명과학을 주력 분야로 전환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기존 사업 영역을 넓혀 농생명 산업으로 서둘러 눈을 돌리고 있다. 농업이 인류 생존을 책임지는 먹을거리 제공이라는 단편적 기능에서 진일보해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세계적 농업기술 선도국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가 주도의 기술 추격형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는 세계 최고의 퍼스트 무버 도약을 준비하며 혁신적 R&D 육성에 팔을 걷었다.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방식 틀을 과감히 깨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로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약속하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이러한 정부 기조와 발맞추어 ‘혁신도전형 R&D 생태계’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모빌리티, 반도체, 생명공학 분야 민간기업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선도기술과 접목하여 농업 난제를 해결하고자 ‘민관 파트너십 기반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크게 ‘농업·농촌의 정책·현안 해결 프로젝트’와 미래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미래농업혁신 프로젝트’로 나눠 큰 그림을 그렸다. 단기적으로는 육종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으로 국내 종자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디지털육종 플랫폼 구축, 마늘, 양파, 배추 등 8대 밭작물의 기계화 체계를 완성하는 밭 농업 기계화 촉진과 저장기간 연장 등 여름 배추 수급 안정 종합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 농업위성, AI, 푸드테크, 마이크로바이옴 등 미래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기틀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첨단 민간 기술을 도입하고, 기술 선도 기업, 대학 및 연구소 등과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며 혁신적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지난 10월에는 ‘민관협업전략팀’을 신설하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민간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협업생태계를 조성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 연구 방식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경제적 가치, 시장의 수요성 등 경제성 평가를 의무화해 개발 기술의 현장 파급 효과를 높이되, 혁신적인 도전이 전제된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과감히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 것이다. AI, 로봇, 컴퓨터공학 등 타 산업 분야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와 협력할 수 있도록 ‘글로벌 리더 연구자’ 육성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융복합 프로젝트는 농업과 과학기술, 경험과 지식을 넘나들며 창의적인 성과물을 거두는 하나의 혁신과정이다. 우리는 ‘통일벼의 녹색혁명’과 사계절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의 백색혁명’ 등 혁신적 기술 도입으로 대한민국 농산업의 판도를 바꾼 경험을 기억한다. 60년 이상 쌓아온 농업기술과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농업혁명을 이끌만한 저력은 충분히 갖췄다.
농촌진흥청 현관에 들어서면 ‘과학기술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여는 열쇠, 나의 열정과 의지에서 농업과학기술은 시작된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연구개발과 보급은 열정과 결의에 찬 연구자들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과거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이 그랬듯이, 우리 모두 혁신 주체가 되어 농업과학 기술로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 농업 혁명시대’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