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한 과수원용 제초 로봇의 모습.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돼 있어 입력된 경로를 따라 주행하며 무인으로 잡초를 제거한다. 1.5m 이내에 장애물이 감지되면 10㎝ 안팎을 앞두고 멈췄다가, 장애물이 치워지면 다시 작업하는 기능도 갖췄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이 고령화 속도가 빠른 농촌 현장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주행 농업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과수원에서 사전에 설정된 경로대로 움직이며 제초·운반·방제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오는 2027년까지 농가 현장에서 실증 절차를 거친 뒤 상용화된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용

농촌은 최근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고령 농업인들이 약제 운반·관리 과정에서 질환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정밀 위성항법장치와 레이저 센서, 영상 장치를 활용한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안전하다는 점이 대표적 특징이다. 제초 로봇은 1.5m 이내에 장애물이 있으면 약 10㎝ 앞에서 멈춘다. 물체와 닿으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하는 장치도 달려 있다. 완충 장치도 있어서 지면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줄이도록 했다.

기능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운반 로봇은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작업을 수행하다가, 필요에 따라 집하장 등 원하는 위치로 로봇을 보내는 ‘셔틀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방제 로봇은 작업 도중 약제가 다 떨어지면 약제가 있는 곳까지 스스로 이동해 모자란 약제를 채운다.

앞으로는 약제를 충전할 때 운반 로봇이 직접 약제를 옮겨다 주는 기술도 추가된다. 방제 로봇의 약제가 소진됐다는 알림이 오면 운반 로봇이 약제를 싣고 중간 경유지까지 실어다주는 식이다. 이 기술을 통해 방제 로봇이 약제를 채우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 이후 상용화 추진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농업 로봇이 농가 생산성을 높여주고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농가 현장에 로봇을 직접 투입하는 실증 과정을 거친다. 지금도 이미 양파·벼·사과·복숭아 등을 재배하는 경기 연천, 경남 거창·함안, 충남 당진, 충북 옥천, 전북 김제 등 전국 각지의 농가에 로봇이 투입돼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과수뿐 아니라 식량과 채소 분야에서도 무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이미 보급된 로봇 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7개 농가의 제초 로봇, 5개 농가의 운반 로봇은 내년에, 3개 농가의 방제 로봇은 오는 2026년부터 개선 사업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 농업 로봇을 다른 분야에서도 쓸 수 있도록 타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5월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정수장 주변 녹지를 관리하는 데 제초 로봇을 투입하기로 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승돈 원장은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 안보를 지키려면 로봇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앞으로 농촌에 필요한 로봇을 개발하고 농가에 빠르게 보급해 농가 소득 증대와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