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아아앙.”

지난 10일 오후, 양천구 신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항공기가 옥상을 스쳐 지나가듯 비행하며 내는 소음이었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2~5분마다 반복되는 굉음에 종종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파트에 10년 넘게 거주했다는 김모씨(67)는 “마치 미사일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에 공포를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김포공항 소음대책지역인 양천구 신월동에서 낮게 비행 중인 항공기 모습. /양천구

김포공항과 인접한 양천구는 18개 행정동 중 11개동이 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피해 대상 인원은 지난해 기준 6만5687세대(16만2343명)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선 비행기 소음이 열차가 역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순간 소음 80데시벨(dB)을 넘어 90dB에 육박한다. 청력에 이상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수치다.

양천구는 민선 8기 이후 공항소음 피해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보상책 마련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지방세(구세)인 재산세 구세 감면 조치가 대표적이다. 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양천구 구세 감면 조례’를 개정, 2023년 7월부터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공항소음대책지역 중 관내 1세대 1주택자 주민의 재산세를 최대 60% 감면하고 있다. 구에서 가능한 최대 감면율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2만2509세대가 총 18억8000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구 직영 공항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체계적인 피해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청력 정밀검사, 심리상담 서비스, 공항 이용료 지원 등 구민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청력 정밀검사를 통해 주민 45명이 보청기 등 정부 지원이 가능한 청각장애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보청기 구입비 지원사업’을 추가로 마련해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 작용이 필요한 사각지대 구민까지 지원 대상을 넓혔다. 지난 4월에는 공항 소음대책지역(인근지역 포함) 주민 대상으로 연 2회 김포공항 이용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수도권 지자체 중 최초로 발표해 시행 중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7일 열린 ‘공항소음대책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양천구

공항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지속하고 있다. 양천구는 지난 7일 양천구청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공항소음대책 포럼’을 열고 항공기 소음 피해 저감 방안 등을 토론했다. 포럼에는 윤석재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성식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를 비롯해 한국공항공사 직원 및 주민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양천구는 이 자리에서 소음 영향도 관리를 위해 구축한 ‘공항소음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했다. 공항소음피해지역 주요 거점 3곳에 자동측정기를 설치해 공항소음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국토부·환경부·서울시 등에서 설치한 8개 공항소음 측정소와 별개로 구에서 독자적으로 관리한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 2월말 2000km 이내로 제한된 김포공항 국제선 전세편 운영 규정을 3000km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양천구는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효과만 내세우기 전에 피해 지역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동시에 고려돼야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항 인근 자치구들의 반대에 서울시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