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한양대학교 일대의 월세가 두드러진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가 월세 상승으로 학생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성동구가 관내 한양대학교 인근 소형(33㎡ 이하) 임대주택의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25년 1월 월세는 55만4000원으로 전년 동월(58만3000원) 대비 2만9000원(-5.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가 올해 1월 기준 전년 57만4000원에서 6.1%포인트 상승한 60만9000원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수치다.
한양대 인근 원룸 월세 안정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으로는 신축 기숙사 입주가 꼽힌다. 새로 조성된 한양대학교 제6생활관(지하 3층~지상 7층, 200실)과 제7생활관(지하 2층~ 지상7층, 403실)에는 총 1198명의 재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기숙사 정원이 기존 2184명에서 3382명으로 대폭 늘면서 월세 수요 분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2015년 한양대 측은 낮은 기숙사 수용률로 인해 학생들의 주거난이 심각해지자 기숙사 신축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원룸 운영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한양대 학생들도 기숙사 건립에 목소리를 높이며 갈등은 심화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성동구가 중재에 나섰다. 구는 기숙사가 건립될 경우 발생하는 공실 문제에 관해 논의를 거듭한 끝에 2019년 3월 ‘성동한양 상생학사’를 해결책으로 도입했다. 상생학사는 공실 우려가 있는 소형 임대주택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시세 대비 저렴한 임차료로 제공하는 제도다. 상생학사 운영을 계기로 한양대는 2021년 기숙사 착공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주민 반대에 부딪혀 기숙사 건립이 무산됐던 타 지역과는 대비되는 결과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학생이 상생학사에 거주하는 동안 보증금 2900만원을 연 1%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 성동구와 한양대는 매달 15만원의 주거비를 절반씩 부담한다. 거주 학생은 보증금 100만원과 월 임차료 20만~30만원, 관리비 등만 납부하면 된다. 이로써 임대인들은 공실 걱정 없이 임대 수익을 보장받고, 학생들은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상생학사는 자치구가 적극 개입해 대학과 주민, 학생 등 지역사회 갈등을 봉합한 혁신적 상생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4호점(48실)을 운영 중이며, 기숙사 신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공실도 상생학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주민들과의 긴 대화와 설득으로 만들어낸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한양대 기숙사 신축과 대학가 월세 안정화와 학생들의 주거권 안정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상생형 맞춤 주거지원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