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도, 인생을 즐기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따뜻한 봄바람에 여행 가기 좋은 계절이지만 나이 들어 기운이 없고 무기력한 이들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일교차가 큰 4월은 체온 조절이 어려워 면역 세포 활동이 둔해지고, 우리 몸은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돼 피로가 쌓이게 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면역세포가 줄고 기능이 저하돼 환절기 질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흑염소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뼈가 약한 노년층에 좋은 식품이다. 특히 흑염소 중탕 추출액은 '조골세포'를 증식하고,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골다공증 예방과 뼈 밀도 유지에 도움을 준다. /클립아트코리아

◇조골세포 늘려 골다공증 예방하고 ‘원기 회복’

이럴 때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 바로 ‘흑염소’다. 흑염소는 동의보감에 ‘몸을 따뜻하게 해 기운을 끌어올리고 마음을 편히 다스린다’고 적혀있다. 김순렬 한의학 박사는 “흑염소는 성질이 따뜻한 보양 식품으로 허약을 낫게 하며 기운을 차오르게 한다”며 “잘 알려진 효능 외에도 뼈와 근육에 힘이 되는 식품으로 오장육부를 이롭게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개고기 식용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흑염소가 한우 가격을 넘어설 만큼, 최고급 보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흑염소에는 소고기의 11배, 돼지고기의 18배 더 많은 칼슘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과 철분, 미네랄 등의 무기질도 풍부해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흑염소 중탕 추출액은 조골세포를 증식하고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뼈 밀도를 유지해 준다. 특히 45세 이후부터는 골 파괴가 골 형성을 능가하기 때문에 빈혈 예방과 뼈 건강 증진에 효과적인 흑염소를 섭취하면 뼈와 관절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받을 수 있다.

◇흑염소의 아라키돈산, 혈관 노화 막고 당뇨 위험 낮춰

흑염소는 동의보감에 모든 부위가 약재로 기록돼 있을 만큼,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식품이다. 흑염소의 콩팥은 하체 냉증과 남성 기력에, 폐는 만성 호흡기 질환에, 간은 눈 건강과 해독 작용을 위해 처방했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흑염소의 새로운 효능도 밝혀지고 있다. 그중 핵심 성분은 아라키돈산이다. 노년층이 걱정하는 삼고병(三高病), 즉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은 모두 나이가 들수록 두꺼워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혈관에서 비롯된다.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아라키돈산은 모세혈관을 확장해 혈관의 노화를 막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혈당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혈당을 조절해 당뇨 위험을 낮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스턴 핀란드대 연구에 따르면, 남성 2189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불포화지방산 농도가 높은 군의 당뇨 발병 위험이 46% 낮았다. 중노년층에게 필요한 아라키돈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아라키돈산은 돼지고기와 소고기에도 들어있지만, 함량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흑염소의 아라키돈산 함유량은 소고기의 4배, 돼지고기의 2배 이상이다.

그래픽=정다운

◇근육 줄면 기력 떨어져… 소화 편한 흑염소로 단백질 보충해야

요즘 들어 기운이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해 쉬어야 한다면, 근육이 부족해진 탓이다.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다른 육류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한 흑염소는 단백질 합성 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에게 적합한 식품이다. 또한 근섬유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부드러워 위에서 분해도 잘 된다. 지방 함량도 소고기의 6분의 1, 돼지고기의 4분의 1에 불과해 소화도 잘된다.

흑염소를 비롯해 오골계, 검은콩 등 검은색 식재료 즉 ‘블랙 푸드’는 신장의 기운을 보충해 노화를 방지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재료들은 함께 섭취하면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어혈을 제거하고 원기 회복에 좋은 오골계의 닭발에는 콜라겐이 풍부해 관절에 힘이 되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또한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우슬(牛膝)은 동의보감에 무릎, 허리, 등의 통증을 낫게 해준다고 기록돼 있으며 사포닌이 풍부해 관절 염증 완화에 좋다. 또 흑염소에 여러 한약재를 더하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실제 흑염소에 ▲우슬 ▲황기▲ 당귀 등 여러 한약재를 배합했더니 칼슘 함량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