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9개 구·군 중에서 달성군은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이름높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비롯한 유서깊은 역사문화유적과 빼어난 자연환경, 다양한 컨텐츠의 알찬 축제로 사시사철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도시가 바로 달성군이다.
지난 19일 대구 달성군 사문지 주막촌에는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 1000여 명으로 가득했다. 사문진은 과거 조선 세종 때 설치된 낙동강의 대표적인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경상도 관아와 대구 지역 일대에 물류를 공급하고 보부상들이 부산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대구로 오는 뱃길로 이용했다. 자연히 이곳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많아 주막촌이 형성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관광지로 형성된 사문진 주막촌에선 소고기국밥과 잔치국수, 손두부 등을 관광객들에게 파는데, 지역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달성군의 별미로 유명하다. 주말이 되면 식당을 방문하는 관광객 인파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대전에서 온 직장인 송현덕(52)씨는 “대구의 처가에 온 김에 사문진 주막촌이 맛집이라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들렀다”며 “30분 정도 줄을 서서 국밥을 먹었는데,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문진 주막촌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증명된다. 2021년부터 최근 4년간 사문진 주막촌 방문객 수는 연평균 118만 명으로, 지난해에만 108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달 31일 기준 달성군 전체 인구 수 26만 명의 4배가 넘는 관광객이 매년 사문진 주막촌을 들른 셈이다. 식당 매출액도 2022년 16억 5600만원, 2023년 16억 7900만원에 이어 지난해 17억 53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사문진 주막촌 인근에는 피아노 형상의 조형물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1900년 3월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 부부가 사문진을 통해 국내 최초로 피아노를 배편으로 실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달성군은 이를 기념해 2012년부터 사문진 상설 야외공연장에서 전국 최초로 피아노 100대로 음악을 연주하는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이 축제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대구시 축제 중 유일하게 선정된 바 있다.
◇비슬산서 참꽃 보고, 송해공원서 야경 본다
봄철에는 달성군의 명산(名山)인 비슬산 참꽃군락지도 볼거리다. 매년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참꽃을 보러 비슬산을 오른다. 올해는 산불 예방을 위해 ‘비슬산 참꽃문화제’ 축제를 취소했으나, 유가사~대견봉, 도성암~천왕봉, 비슬산 휴양림~대견사 등 일부 구간은 등산이 가능하다. 약 100만㎡(30만 평)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인 비슬산 참꽃군락지는 봄철에 참꽃들이 산을 분홍빛으로 수놓는 모습이 장관이다.
낮에 사문진과 비슬산을 다녀왔다면 저녁에는 ‘옥연지 송해공원’과 ‘디아크 광장’의 야경이 관광객을 기다린다. 옥연지 송해공원은 달성군 명예군민이자 가수인 고(故) 송해(1927~2022) 선생과의 인연을 계기로 2016년 옥포읍 기세리의 저수지인 옥연지 인근에 조성됐다. 기세리 마을이 송해 선생의 아내인 석옥이 여사의 고향이라, 황해도 재령군 출신인 송해 선생이 생전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두 부부가 영면한 묘소도 송해공원 인근에 있다.
송해공원은 옥연지 일대 4만 7300㎡(1만 4300평) 규모로 조성됐고, 둘레길과 목조 데크길, 출렁다리, 대형 물레방아와 정자 등이 설치돼 있다. 목조 데크길을 걷다보면 연인들을 위한 포토존과 나무 벤치 등이 곳곳에 놓여 있고, 저수지 위에는 수중 보름달이 환하게 떠 주변을 밝혀준다. 데크길 끝의 정자에선 달빛이 비친 저수지와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다사읍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개관한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와 인근 광장도 소풍 및 자전거 주행, 야경 명소로 인기다.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만든 디아크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연상되는 독특한 형태로 달성군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낮에는 금호강과 낙동강을 바라보면서 소풍을 즐길 수도 있고, 자전거 주행을 할 수도 있다. 전동 바이크를 빌려 강을 끼고 강정보 일대를 한바퀴 돌 수 있는 체험도 이곳에서 가능하다. 밤에는 낙동강에 비친 달빛과 디아크 외벽의 조명이 자아내는 야경 덕분에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이곳을 찾는다. 매년 가을에는 실험적인 예술 작품이 출품되는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디아크에서 열린다. 이밖에도 구지면에 있는 도동서원은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8개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지난해 이곳엔 한옥 숙박체험이 가능한 도동유교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복지 도시 달성군
관광 산업에 이어 달성군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바로 교육과 복지다. 인구와 도시 규모가 늘어나는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군민들에게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과 노후까지 편안히 달성군에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취지다. 달성군은 2023년에 기존의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진학, 도서관 업무 등 기능을 포함한 ‘달성교육재단’을 만들었다. 초·중·고등학생들이 달성군에서도 부족함 없이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달성군 관계자는 “달성군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학군이나 대입 등을 이유로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입시설명회와 진로진학 컨설팅, 해외 영어캠프 등 다양한 교육 사업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과학 교육을 위한 공간들도 자리잡고 있다. 2013년엔 유가읍에 국립대구과학관이 개관해 올해까지 12년 이상 달성군의 대표적 교육·체험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4월 기준 국립대구과학관의 총 관람객 수는 736만 명을 넘어섰다. 유가읍엔 지난해 전국 최초 화석 전문 공립 박물관인 ‘군립 달성화석박물관’도 문을 열어 관람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달성군은 지역 내 각종 복지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유가읍의 달성테크노스포츠센터에선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연령대 주민들이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 위치한 공공형 실내어린이놀이터인 ‘네버랜드’는 시중 키즈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된다. 고령층을 위한 파크골프장은 총 8곳, 180홀로 대구시 최대 규모다. 향후 파크골프장 7곳이 추가로 들어설 전망이다. 올해 노인 일자리 예산도 달성군 역대 최대 규모인 206억원으로 편성해 고령층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전망이다.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역민들을 돌보는 복지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3년 현풍읍에 조성된 교육문화복지센터에는 가족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남부노인복지관 등이 한 곳에 자리해 있어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활동이 매일 이뤄진다. 구지농공단지 내엔 96억을 투입해 청년 근로자를 위한 청년문화센터도 건립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달성복지재단은 복지 시설 54곳을 운영하며 군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재단은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2025 희망찾기 가족 사랑 해외여행’을 통해 저소득층 가정 17명에게 3박 4일간 대만 여행 기회를 제공했다. 달성군에 주소지를 둔, 초·중·고 자녀가 있는 저소득 가정이면 누구든 수기 공모전을 통해 선발될 수 있으며, 올해엔 6가족 17명이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