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1일 전북유치원연합회 한마음가족축제에서 서거석 교육감이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전북 지역에서 최근 5년간 매해 8000명씩 학생 수가 줄었다.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올해 처음으로 1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전북도교육청은 2029년까지 초·중·고 전체 입학생 수가 현재보다 약 17.3%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도 빠르게 늘고 있으며, 4년 안에 전교생 10명 미만 학교는 현재의 두 배 이상인 71곳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전북 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학령인구 유출이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학생 유출 없는 전북 교육’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 혁신으로 지역 소멸을 막는 ‘교육 발전 특구’에 선정된 이후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기업이 서로 협력해 공교육을 통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협약형 특성화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역과 국가에 필요한 산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 기업 등이 협약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23일 “인구 유출은 일자리 부족이 원인이지만, 학령인구 유출은 교육의 문제”라며 “교육 때문에 학생이 면에서 읍으로, 도시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 강화로 교육력 높인다

전북교육청이 학령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공교육 강화다. 현재 전북교육청은 기초 학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단순히 기초 학력 신장을 넘어, 모든 학생이 기본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학교 자율 시간’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각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한 자율적인 보충·심화 학습을 운영할 수 있다.

수업 방식도 획기적으로 변경했다. 암기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개념 기반 탐구 수업을 확대했다. 국어·미술 융합 프로젝트, 수학·창의적 체험 활동을 결합한 실생활 적용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교과 간 통합 수업으로 학생들의 실제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교사 연수를 강화했다. 탐구 중심 수업 운영을 위한 자료도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수업 현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개방형 질문, 협력 학습, 창의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교수 전략을 확산했으며, 서술형 평가와 컴퓨터 기반 평가(CBT)도 도입해 학생 맞춤형 피드백 체계를 마련했다.

AI 기반 학습 도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등학생에게는 ‘빛나라! 오늘해!’ 학습 플래너와 ‘초등어휘사전1600’을 보급했다. 중·고등학생에게는 맞춤형 학습 지원 앱 ‘올라’와 ‘수능 한 등급 올리기 90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습 격차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9일 전북 전주시 아중초등학교에서 서거석 교육감이 ‘IB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23일 전북 전주시 덕진체련공원에서 열린 전북교육감배 스포츠클럽대회에서 서거석 교육감이 축구를 하고 있다.

◇교사 역량 강화로 수업 혁신

전북교육청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와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별 연수뿐 아니라 학습 코칭과 평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수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이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개념 기반 탐구 수업이 학교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실천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교사 학습공동체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수업 혁신 선도 교사 및 우수 사례 발굴 지원 등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기여하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진로 함께 설계하는 상담 체계 구축

전북교육청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진로 진학 상담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All in One 진로 진학 상담 시스템’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클릭으로 진학 정보를 검색하고 상담까지 신청할 수 있는 통합 누리집이다. 진로 상담실, 온라인 밴드, 전북교육대입정보TV 등과 연계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오프라인 상담도 강화됐다. 14개 시·군에서 평일 야간 시간대에 대면 및 화상 상담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북 지역 6개 권역에 진로진학상담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이동 상담실을 운영해 진학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시·정시 집중 상담, 고교 학점제 대비 교과 설계 컨설팅, 중학생 대상 진로 멘토링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 수요자 중심의 진로 진학 지도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활성화로 취업 경쟁력 높인다

그동안 전북 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저조했다. 지역 산업 기반이 약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졌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2023년부터 특성화고 10곳을 선정해 지역 전략 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했다. 지역 특화 산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해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하려는 시도다. 2023년 새만금이 이차전지 특화 단지로 지정되면서 이리공업고에 배터리융합과를 만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완주에 수소특화산업단지가 들어서자 전국 최초로 수소융합과와 에너지융합과를 수소에너지고에 신설했고, 부안제일고는 ‘전북베이커리고’로 교명을 바꾸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카페베이커리과를 개설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실무 중심 교육으로 산업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거석 교육감은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전북교육청은 이를 지역 교육 혁신의 기회로 바꾸어내고 있다”며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업과 진학, 취업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면서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지역, 배우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한 명, 학교 한 곳이라도 지키겠다는 전북교육청의 의지는 오늘도 교육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