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두산과 NC의 프로야구 경기에선 ‘포수 희생플라이’란 보기 드문 기록이 등장했다. 포수가 뜬공을 잡았는데 주자가 홈을 밟았다는 것이다.
3루 주자가 전동 킥보드라도 타지 않는 이상, 홈플레이트 바로 옆에 뜬공을 잡은 포수가 버티고 있는데 주자가 홈에 무사히 들어갈 수 없다. 만약 무모한 주자를 상대로 수비 측이 뭔가 큰 실수를 범했다면 기록원이 희생플라이가 아닌 실책으로 적었을 것이다. 이처럼 통상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기록이 어떻게 나왔을까.
사정은 이렇다. 두 팀이 1-1로 맞선 4회, 무사 1·3루에 타석에 들어선 NC 박석민은 볼 카운트 3-0에 두산 투수 곽빈의 공을 타격했다. 공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1루 관중석 방향으로 높게 떴다.
포수 마스크를 벗고 공을 쫓던 두산 포수 장승현은 1루 측 NC 더그아웃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냈다. 그런데 장승현은 공중에 뜬 공만 보느라 자신이 포구하며 발을 디딘 곳이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인지 몰랐고, 결국 계단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3루에 있던 주자 양의지가 홈에 들어왔고 1루 주자 애런 알테어는 2루로 향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규칙에서 ‘야수가 정규의 포구를 한 뒤 볼 데드(ball dead) 지역을 밟거나 넘어져 완전히 들어가게 된 경우 볼 데드가 선언되며, 각 주자에게는 1개의 안전진루권(아웃될 염려 없이 진루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한다. 주자의 위치는 야수가 볼 데드 지역에 들어간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장승현이 뜬공을 잡고 NC 더그아웃 안으로 넘어지며 들어간 상황이므로 이에 정확히 해당했고, 따라서 3루 주자 양의지가 한 베이스 진루해 홈으로 들어오며 득점한 것이다. 박석민의 뜬공으로 인해 점수가 올라갔으므로 희생타점으로 인정됐다.
야구 교본에 퀴즈로 나올 법한 상황이 펼쳐지며 박석민은 내야 뜬공을 치고도 운 좋게 귀중한 타점을 추가했다. 박석민은 현재 통산 1024타점으로 KBO 리그 역대 18위이며, 심정수(1029점)와 송지만(1030점), 장성호(1043점) 등의 기록을 추격하고 있다.
KBO에 따르면 이날 나온 포수 희생플라이는 역대 3번째다. 앞서 1990년 9월 20일 대구에서 열린 LG와 삼성 경기 4회초(타자 LG 노찬엽, 포수 삼성 박정환), 1997년 4월 12일 광주에서 열린 롯데와 해태(현 KIA) 경기 10회초(타자 롯데 김응국, 포수 해태 최해식)에도 나왔다.
다만 앞선 두 번의 포수 희생플라이가 안전진루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실책성 플레이로 인한 것인지는 기록이 없어 확인이 쉽지 않다. 만약 TV로 중계됐던 경기라도 지금까지 영상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창원=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