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2만명 넘는 관중 입장에 “너무 좋았다” 신인 김도영과 매치업에 “예쁘게 야구 잘하더라고요”

에이스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김광현(34·SSG 랜더스)이 다소 긴장됐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마치 미국에 다녀온 기간 없이 등판한 것처럼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김광현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았다. 삼진은 5개를 잡았다.

지난달 초에야 SSG와 계약해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김광현의 이날 투구수는 최대 80개로 정해져 있었다. 김광현은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74개의 공으로 6이닝을 버텼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를 찍었고, 평균 구속은 시속 147㎞였다. 여기에 최고 시속 142㎞에 달하는 예리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KIA 타선을 잠재웠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섞어던졌다.

팀이 9-0으로 크게 앞선 7회초 교체된 김광현은 SSG가 9-5로 승리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SSG는 개막 7연승을 질주했다.

미국 진출 전 김광현의 KBO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은 2019년 9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당시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승리를 따낸 김광현은 922일 만에 선발승을 신고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조금 긴장해 힘이 들어간 것 같다. 평상시보다 세게 던지는 바람에 땅에 꽂히는 공도, 하늘로 날아가는 공도 있었다"며 "그런 부분은 경기하다보면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느낌은 2년 전과 똑같았다. 낯설지가 않았다. 2019시즌을 마치고 시즌을 준비한 뒤 다시 시즌 개막을 맞은 것 같았다"며 "마운드에서 편안했고,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2021시즌 막판 불펜 투수로 뛰었던 김광현은 "6이닝까지 던진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면서 "캠프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도 빌드업 단계라고 보면 된다. 이런 부분을 감수하면서 투구를 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81억원의 연봉을 받는 김광현은 "이겨내라고 돈을 많이 주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좌중을 웃기더니 "프로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선발 투수로 나선 윌머 폰트, 노경은, 이태양, 오원석이 줄줄이 호투를 펼쳐 김광현으로서는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SSG가 개막 연승 중인 것에도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김광현은 "앞서 다른 선발 투수들이 던지는 것을 '우와'하면서 봤다. 다들 너무 잘 던져서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투수들의 공도 좋지만 포수 (이)재원이 형이 볼배합을 특별하게 가져가고 있다. 불펜 투수들도 잘 던지고 있는데, 재원이 형의 공이 큰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주말에 열린 김광현의 복귀전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만원 관중(2만3000명)에 근접한 2만100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한 이후 관중이 2만명 넘게 입장한 것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다.

2020~2021년에는 관중 입장을 제한했고, 100% 입장을 허용한 올 시즌에도 2만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경기는 없었다. 4월 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 1만7057명이 입장한 것이 종전 시즌 최다였다.

홈 팬들은 김광현이 마운드에 오르자 김광현의 별명인 'KK'를 고려해 구단에서 배포한 'K'가 써진 클래퍼를 흔들면서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김광현은 "내가 등판하는 날 관중이 많이 와주시고, 팀도 이겨서 너무 좋다.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관중이 거의 못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100%에 가까운 관중이 왔다. 팬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오셨을 때 선수들이 감사의 표시를 했으면 좋겠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 서비스를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최고 좌완 투수인 김광현과 KIA의 슈퍼 루키 김도영의 투타 맞대결도 관심을 끌었다.

김광현은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김도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6회초 1사 1루에서는 김도영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다.

김도영이 프로 데뷔 이후 21번째 타석에서 때려낸 첫 안타였다. 김도영의 안타로 인해 김광현의 노히트 행진도 깨졌다.

3회초 김도영을 상대할 때 초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자 크게 아쉬워했던 김광현은 "팬들이 많이들 기다리시는 매치업 아닌가. 중요한 매치업에서는 정면승부를 해서 관중들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며 "김도영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는 타자고, 안타를 맞든, 홈런을 맞든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원치 않게 초구가 볼이 돼 스스로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김도영에 대해 김광현은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에 치는 것을 영상으로 봤다. 신인이 참 예쁘게 야구를 잘하더라. 안타를 맞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김도영 같은 신예가 혜성처럼 등장해야 야구 인기도 많아진다.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다. 나도 앞으로 안타를 맞지 않도록 잘 던지겠다"고 말했다.

다음 등판 때에는 투구수를 10~15개 정도 늘릴 생각을 갖고 있다는 김광현은 "내가 추구하는 야구도 그런 것이지만, 어떻게 효율적인 투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경기 시간도 단축된다"며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겠다. 오늘 긴장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졌는데 고쳐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김광현의 화려한 귀환에 SSG 타선도 장단 13안타를 몰아치며 화답했다. 특히 4번 타자로 나선 한유섬은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불꽃타를 휘둘렀다.

한유섬은 "팀이 개막 연승 중이라 설레는 마음이었다. (김)광현이 형의 복귀전이라 기분이 묘했다"며 "초반에 득점 지원을 하며 타자들이 광현이 형을 도운 것 같아 뿌듯하다. 앞에서 (추)신수 형, (최)정이 형, (최)지훈이가 활발히 나가줘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김광현이 역시 김광현 다운 투구를 보여줬다. 타자들이 1회부터 득점을 해 광현이가 편하게 투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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