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박용택(43)이 시구를 마치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경기 시작 전, 박용택의 공식 은퇴식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제 사인을 받는 팬 분들이 ‘19년 동안 함께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오랜 시간 같이 있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2020시즌을 마치고 LG에서 은퇴했던 박용택(43) KBS N 해설위원의 은퇴식이 3일 잠실에서 열렸다. 그는 ‘많은 관중이 박수 치고 환호하는 자리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싶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관중 입장과 육성 응원 제한이 올 시즌에 풀리며 1년 반 만에 뒤늦은 은퇴식을 치르게 됐다.

박용택은 이날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초청 인사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시구를 했고, 좌익수 수비 위치로 갔다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김현수(34)와 교체됐다. 박용택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포옹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관중들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사용됐던 박용택의 응원가를 불렀다. 이 응원가는 원곡 저작권자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작곡가 피독, 가수 박정아가 박용택의 은퇴식을 기념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은퇴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용택은 “아무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제 새벽 5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열두시 반부터 지금까지 팬들께 사인을 500장 정도 했다”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무제한 사인회’를 열어 계속 사인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용택의 등번호 33번은 LG의 영구결번이 됐다. 김용수, 이병규에 이어 구단 3번째 영구결번이다. 박용택은 “김용수 선배를 보며 영구결번이란 꿈을 가졌고, 이병규 선배를 보며 그 꿈이 목표가 됐다”며 “LG에 입단해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가진 영구결번이란 꿈을 이뤄냈다”고 했다.

이날 LG 선수들은 박용택의 별명이 쓰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박용택이 별명 리스트를 선정했고, 선수들이 그중에서 직접 자신이 착용할 별명을 선택했다. 박용택은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별명으로 김현수가 입은 ‘용암택’을 꼽았다. 박용택은 득점권 찬스에서 찬물을 끼얹는다며 ‘찬물택’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그가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자 그에 반대되는 말로 나왔던 별명이다.

2002년 LG에서 프로 데뷔한 박용택은 은퇴할 때까지 줄곧 LG에서 뛴 원 클럽 맨이다. 19시즌 동안 22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 2504안타, 213홈런, 1192타점, 1259득점, 313도루를 기록했다. 리그 통산 최다 안타와 최다 경기 출장(2236경기), 최다 타석(9138타석), 최다 타수(8139타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박용택에 대해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자신에게 변화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했던 선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