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LG 염경엽 감독.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17

자신이 공개적으로 뱉은 말을 거둬들였다. 한달간 기회를 준다고 했던 이상영을 두번의 등판만에 2군으로 내렸다.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이상영이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14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상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이지강을 콜업했다.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이상영이 3회초 2실점한 이상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14

의외의 결정이다. 상무에서 8연승을 달리며 좋은 피칭을 해왔던 이상영에게 제대 후 4선발 자리를 맡기고 한달간 기회를 주겠다고 했던 염 감독이 단 두번의 등판만에 그 공개발언과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킬 수 없다면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계속 선발 기회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지키지 않는 결정을 했다. 자신의 위신보다는 팀과 선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상영은 상무에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시즌엔 8경기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제대 전 마지막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됐으나 8승1패 평균자책점 2.63의 좋은 기록으로 LG에 돌아왔다.

염 감독은 사이드암으로 바뀐 투구폼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그에게 선발 자리를 주기로 했다. 임찬규 외엔 좋은 피칭을 하는 국내 선발이 없던 상황이라 이상영이 4선발 자리를 맡아 주길 바랐고, 한달 정도 충분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염 감독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상영이 부담을 갖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상영은 복귀전이었던 14일 잠실 삼성전서 4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2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피칭을 했다. 하지만 두번째인 20일 창원 NC전에서는 처참했다. 1회말에만 볼넷 4개를 주면서 2점을 헌납했고, 2회말에도 안타를 맞는 등 불안감이 이어졌고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는 등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게 보였다. 염 감독은 흐름을 끊기 위해 빠르게 투수 교체를 단행. 이상영은 1⅓이닝 동안 2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강판.

염 감독이 한달 동안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기에 NC전 부진에도 다음 등판을 할 것으로 보였으나 염 감독은 이튿날 이상영을 1군에서 제외했다.

염 감독은 "한달 동안 기다려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기회를 줘도 이상영이나 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고 이상영의 제외 이유를 밝혔다. NC전에서 보였듯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고, 직구 구속도 139㎞에 불과했다.

사실 염 감독은 창원NC파크의 전광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창원NC파크에서는 관중석에 설치된 띠전광판에서 투수가 던진 공의 구속과 구종을 알려주는데 이상영이 직구를 던지는데 계속 체인지업으로 알려주더라는 것. 염 감독은 "직구 회전수가 얼마나 안나오길래 체인지업으로 표시되나 싶었다"라며 이상영의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즉 이후 선발 등판을 계속해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결국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결정을 한 염 감독은 빠르게 25일 잠실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선발을 정했다. 필승조로 활약한 이정용을 선발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염 감독은 “어제(20일) 경기 후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이정용을 선발로 쓰기로 했고, 오늘 이정용과 면담을 해서 최종확정했다”면서 “올시즌 불펜에서 좋지 않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고, 내년 상무에서 선발로 던지게 될 것이라 미리 선발로 돌려도 될 것 같았다. 본인도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창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