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LG 선발 임찬규가 5회를 마친 뒤 포효하고 있다.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2002년, LG 트윈스의 팬이었던 초등학생 임찬규는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하자 ”학교에 가지 않겠다”며 떼를 썼다. 10년 후인 2012년, 초등학생 황동재는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기 서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베테랑 임찬규(31)와 포스트시즌 첫 선발로 나서는 신예 황동재(22)가 각자의 팀 유니폼을 입고 오는 17일 잠실에서 열릴 운명이 걸린 KBO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임찬규는 LG 트윈스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팀을 열렬히 응원하며, 지금은 LG의 선발투수로서 팀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팀이 2패로 수렁에 빠진 위기 상황, 잠실에서 반드시 이겨야 다시 한번 LG의 반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

임찬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KT를 상대로 2승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서 임무를 완수했다. 2차전에서는 5와 3분의 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선발승을 따냈고, 결정적인 5차전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LG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 평균자책점 1.59의 빛나는 성적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정규 시즌에서 삼성전 성적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22로 부진했지만, 피홈런이 없었던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3차전에서 2경기 8홈런을 날린 삼성의 장타력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임찬규는 이번 경기에 대해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LG를 꺾고 우승한 순간이 그에게는 아직도 아픈 기억이다. 임찬규는 “2002년 LG 어린이 팬으로 LG-삼성의 한국시리즈를 본 기억이 난다”며 “그때의 패배를 설욕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키움전. 삼성 선발투수 황동재가 투구하고 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삼성의 선발 황동재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삼성의 신예 투수. 이번 3차전이 그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이다. 황동재는 대구 율하초, 경운중, 경북고를 거친 대구 출신,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제 황동재는 선배의 뒤를 이어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삼성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원태인은 지난 15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6과 3분의 2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져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0대5 승리를 이끌었다.

황동재는 올해 정규 시즌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5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LG를 상대로는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LG 중심 타선인 김현수, 오스틴, 문보경을 모두 범타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황동재는 비록 경험이 많지 않지만,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기세를 이어가며 승기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특히 1·2차전에서 데니 레예스와 원태인이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한 덕분에, 이번 3차전에서는 삼성 불펜을 총동원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황동재가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더라도, 삼성의 불펜진이 탄탄하게 뒷받침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