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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제패로 V12를 일군 KIA. 성적만 좋았던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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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대박'도 뒤따랐다. 올 시즌 광주에서 치른 73번의 홈 경기에 125만9249명, 경기당 평균 1만7250명의 팬이 찾았다. 전년 대비 76%가 늘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입장권 수입으로 153억원을 챙겼다.

◇김도영 10홈런-10도루 달성 기념 유니폼. 사진출처=KIA 타이거즈 팀스토어 인스타그램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경기 시작이 한참 남았음에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1층 팀 스토어엔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고, 경기 중에도 성황을 이뤘다. 유니폼을 매장에 가져다 놓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면서 '매진'이 속출했다. 시즌 중엔 유니폼 구매 대기가 3개월 이상 소요될 정도로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김도영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기념 유니폼. 사진출처=KIA 타이거즈 팀스토어 인스타그램

유니폼 판매 수입은 구단과 선수, 제작 업체가 나누게 된다. 유니폼 제작 업체와 구단이 계약된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누고, 선수는 유니폼에 부착하는 마킹키트 수입의 일부를 가져간다.

◇김도영 30-30 달성 기념 유니폼. 사진출처=KIA 타이거즈 팀스토어 인스타그램

올해 KIA에서 가장 많이 팔린 건 '천재' 김도영(21)의 유니폼이다.

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KIA전. KIA가 5대2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타를 친 김도영이 팬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고 있다. 김도영은 이날 타점으로 역대 3번째이자 최연소로 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9.8

KIA가 9월까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 시즌 KIA 선수단 전체 마킹 키트 판매량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백넘버 5번 김도영'이었다. 유니폼을 구매한 뒤 백넘버를 새기기 위해 마킹 키트를 구매한 2명 중 1명은 김도영을 선택했다는 것.

김도영은 데뷔 시즌인 2022년부터 '탈고교급 선수', '이종범의 재림', '천재' 수식어를 달고 있었으나 부진, 부상 탓에 지난해까진 유의미한 증가량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개막 한 달 만에 리그 최초 10홈런-10도루 달성을 시작으로 완벽하게 포텐이 터지면서 팬심이 쏠렸다. 시즌 마지막까지 40-40 달성에 도전하는 등 이슈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호성적에 팀 우승까지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올해 1억원의 연봉을 받는 김도영은 최소 110억원 이상의 유니폼 판매 매출을 올린 상태다.

KIA는 김도영이 10-10,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30-30을 달성한 이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스페셜 유니폼을 내놓았다. 9월까지 집계된 판매량이 약 8만장이다. 스페셜 유니폼 가격은 1장당 13만9000원.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매출은 111억원 이상에 달한다. 10-10 스페셜 유니폼 발매 당시 온라인 스토어에 200만명이 몰려 접속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 반응이 일어난 바 있다. 이후 스페셜 유니폼 발매 때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30-30 기념 유니폼 외에도 모자, 기념구 등 다른 상품도 함께 출시된 만큼,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

'김도영 효과'는 KIA의 유니폼 매출 폭증으로 이어졌다. KIA 관계자는 "전년 동월 대비 유니폼 판매 매출은 약 3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센틱, 레플리카 유니폼은 마킹 키트에 따라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만, 스페셜 유니폼은 선수 이름이 달려 나오는 만큼 구단-선수가 비율에 따라 나누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면 김도영은 올 시즌 연봉 1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판매 수익으로 챙기게 되는 셈이다.

천만 시대 프로야구, '산업'이란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입장 수익은 기본이요, 각 구단의 굿즈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경기장 내 식음료 부문 매출도 상한가를 쳤다. 프로스포츠, 야구라는 콘텐츠가 소비자에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고, 수입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한 해다. 선수도 슈퍼스타가 되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