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외화내빈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과거에 비해 국제대회 경쟁력 및 경기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토대가 되는 아마추어 야구의 위기는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 야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이 필요하다. OSEN은 프로와 아마추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한국 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기본기 실종 & 겉멋 든 아마야구, "이제는 대만에 확실히 추월 당했다"
②고교→ML 직행, 왜 후배들이 피해를 봐야하나…수업 7교시까지 들어야하나요

[OSEN=이후광 기자]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지난해 역대급 흥행 속 꿈의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역대 최다인 1088만7705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종전 최다였던 2017시즌 840만688명을 훌쩍 넘겼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는 물론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 등 무려 6개 구단이 100만 관중을 돌파한 영광의 해였다.

하지만 KBO(한국야구위원회) 허구연 총재는 지난해 한 시상식에서 “한국야구는 외화내빈이라고 생각한다. 저변 확대, 기술력 향상, 국제 경쟁력, 인프라 확충, 지도자 자질 향상 등 문제가 숱하게 남아 있다. 천만 관중에 도취하는 순간 관중은 900만, 800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야구계 모두가 힘을 합쳐 계속 천만 관중 그 이상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1000만 관중을 지속시키기 위한 제1조건은 프로야구를 하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팬들은 그 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유무선 플랫폼의 전원을 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공급의 근원인 초중고 아마야구에서 지속적으로 유망주를 배출해야 하며, 또 그러기 위해서는 KBO와 KBSA(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의 협력과 상생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OSEN은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아 아마야구를 이끌 새 수장, 고교야구 명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KBO에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자고로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야 자라는 법이고,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기사는 한국야구의 뿌리인 아마야구를 단단하게 할 방안을 모색하고, 아마야구와 프로야구의 건강한 상생을 지속시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고교 특급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직행, 그런데 왜 후배들이 피해를 봐야하죠?

KBO 규약 제107조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에는 ‘신인선수 중 한국에서 고교 이상을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선수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 당해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KBO가 지난 1998년 아마추어 유망주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고 프로야구의 내실을 튼튼히 하자는 취지로 만든 규약이다. 이후 규약이 현실에 맞게 조금씩 수정됐고, 최근 심준석(덕수고→피츠버그), 조원빈(서울컨벤션고→세인트루이스), 엄형찬(경기상고→캔자스시티), 이찬솔(서울고→보스턴), 장현석(마산용마고→다저스) 등 탈고교급 유망주들이 이를 감수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그런데 또 하나. KBO 규약에는 ‘고교선수가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5년간 당해 선수가 졸업한 학교에 대하여 유소년 발전기금 등 일체의 지원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다시 말해 메이저리그행을 택한 고교생뿐만 아니라 그 선수의 학교에도 일종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이다.

현장은 이를 불합리한 규약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선수 개인의 의사이자 판단인데 이를 어떻게 학교가 막느냐는 의견이다. 지원금이 끊기는 걸 막기 위해 학교가 나서 선수의 해외 진출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선수가 해외로 진출했다고 해당 학교에 지원금을 끊는 건 결국 학교에도 책임을 묻는 건데 학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교야구 A감독은 OSEN에 “학교가 해외로 가지 말라고 해도 ‘직업의 자유가 있는데 왜 막냐’, ‘내가 미국을 가고 싶고 또 그쪽에서 오라고 하는데 왜 학교가 그걸 막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결국 학교는 막을 수 없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그 학교가 5년 동안 지원금을 못 받게 해놓은 제도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현재 꽤 많은 학교가 제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해당 지도자는 학교가 아닌 해외 진출을 택한 선수에게 더 큰 제재를 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수에게 보다 강한 규약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으로 돌아올 때 2년 이상 입단을 못하게 해야지 왜 후배들이 피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문제가 있는 제도다. 수정이 필요하다. 이게 현재 피해를 보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다. 부모들도 ‘그 선수가 나갔는데 왜 학교가 피해를 봐야 하냐’라며 불만이 크다”라고 힘줘 말했다.

▲야구선수인데 굳이 7교시까지 수업을 들어야 하나요?

지난해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뽑혀 신인왕을 차지한 김택연은 고교 시절을 되돌아보며 “우리 학교는 수업일수 규정이 엄격했다. 대회가 조금 여유 있을 때는 7교시를 다 들은 뒤 오후 5시 넘어 밥을 먹고 운동을 시작했다”라며 “물론 대회 한 달 전부터는 4교시를 하고 오후부터 밤까지 운동했는데 시간 여유가 더 있었으면 운동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을 거 같다. 수업시간을 조금 줄이고 운동을 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아마야구 지도자들을 하나같이 학생 선수의 적은 출석인정일수를 육성을 막는 걸림돌로 바라보고 있다. 2023년 1월 대회 및 훈련 참가 시 출석인정일수가 초등학생 5일→20일, 중학생 12일→35일, 고등학생 25일→50일로 확대됐지만, 이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A감독은 “한국은 미국, 일본은 물론 대만에 비해서도 야구를 하는 아마선수들과 인프라가 많지 않다. 연습량은 과거보다 감소했고, 충분한 연습을 못하는 상황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바로 경기만 뛰어야 한다”라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몸의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피트니스가 필요한데 기초 체력 운동할 시간조차 없으니 기술운동만 하게 된다. 내구성이 약해진 상태에서 부하가 걸리면 언젠가 몸에 데미지가 올 수밖에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선수도 학생이기에 교과 수업을 필수적으로 들어야한다는 데서 시작한 전인교육. 그러나 현실은 전인이 될 수 없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학업 성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본업인 운동을 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김택연은 “물론 수업을 들어서 얻는 부분도 있었다. 다만 선수 입장에서는 수업으로 따라갈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다. 우린 어릴 때부터 공부만 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학년이 오르면 오를수록 심화 과정으로 가니까 더 어렵게 느껴졌다. 수업시간이 많아지면서 허투루 보낸 시간이 많았다”라며 “이럴 거면 차라리 이 시간에 야구를 더했으면 어떨까 싶다. 수업시간 중에 체육시간도 있었는데 그 때도 야구가 아닌 수행평가를 준비했다”라고 되돌아봤다.

A감독은 “선수들은 프로에 진출하고 싶으니 투수들은 볼 스피드, 타자들은 파워만 신경을 쓴다. 문제는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렇게 하니 부상이 동반되고, 안 좋은 패턴이 생기게 된다”라며 “KBO, KBSA가 한 목소리로 문체부 쪽과 소통하면서 수업일수와 훈련일수 조율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아마야구 새 수장 “아마추어 없는 프로는 없어, KBO 지원 소홀히 하면 안 돼” 

지난 15일 제25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양해영 신임 회장은 KBO의 아마야구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KBO 사무총장을 역임한 양해영 회장은 “유소년 문제부터 전력강화위원회까지 모든 게 KBO와 긴밀한 협력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유소년야구가 KBSA 소관이지만, 주최 단체 지원금을 통해서 KBO가 쓰는 부분이 있고 KBSA가 쓰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이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KBO와 연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로야구는 산업, 아마야구는 육성을 토대로 운영되는 곳이다. KBO가 무작정 KBSA를 도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아마추어 없는 프로야구는 없지 않나. 아마추어 출신 선수들이 다 프로로 향하지 않나”라며 “아마추어 지원은 선수 공급의 근원이다. 이걸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서로 공감대만 형성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위의 A감독 역시 “현재 야구 인프라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아마야구 쪽 지원 확대가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라며 “아마추어 지원과 관련해 축구 종목은 연간 스포츠토토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그게 왜 그쪽으로 편중이 됐는지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여쭙고 싶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아마야구와 프로야구 상생의 좋은 예로 고교야구 투구수 제한 도입을 들었다. KBSA는 유소년 선수들의 부상을 막고자 지난 2018년 고교 투수 1일 최다 투구수를 105구로 제한했다. 45~60구는 1일, 61~75구는 2일, 76~90구는 3일, 91~105구는 4일의 의무 휴식일을 가져야 한다.

양 회장은 “과거에는 유망주들이 프로에 가서 팔꿈치 수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수술한다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투구수 제한 제도가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라며 “KBSA가 행정을 잘해서 그만큼 좋은 선수를 공급해주는 게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KBO도 아마야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마야구 지원이 자선사업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면 지원을 안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임기 동안 초중고 야구와 더불어 위기에 빠진 대학야구 부활에도 힘쓸 계획이다. 양 회장은 “대학야구 부활 또한 KBO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학선수를 10명밖에 안 뽑는다고 하지만, 10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나고, 20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다고 대학야구가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근본적으로 대학이 야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큰 틀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야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성과 선수들의 부상 방지다. 투구수 제한, ABS, 비디오판독 도입 등 그와 관련된 제도를 안정시키고 확대하는 게 목표다”라며 “프로야구는 당장 흥행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 야구하는 아이들이 감소하지 않겠나. 유소년 시스템의 변화도 심도 있게 고민해볼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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