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봐도 ‘거구’ 그 자체다. 키 198cm, 체중 116kg로 발 크기도 무려 330mm에 달하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가 첫 불펜 피칭부터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폰세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불펜 피칭으로 21개 공을 던졌다. 첫 피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수준이었지만 포수 미트를 차고 들어가는 힘 있는 공에 불펜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지난해 일본에서 최고 시속 157km, 평균 151.2km에 달하는 직구를 던진 폰세이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폰세의 공을 처음 받은 포수 최재훈은 “체인지업이 포크볼처럼 뚝 떨어진다”며 낙폭이 큰 체인지업 움직임에 깊은 인상을 받은 모습이었다. 좌타자들이 많은 KBO리그에서 쓰임새 높은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전문가’ 양상문 투수코치는 “제일 마음에 드는 게 폼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미식축구 쿼터백을 해서 그런지 (팔 스윙이) 짧고 간결하다. 날리는 공이 없고, 제구도 좋다”며 강속구 투수답지 않은 안정적인 제구력을 긍정적으로 봤다. 폰세는 마이너리그 6시즌, 일본프로야구 3시즌 모두 9이닝당 볼넷이 2.4개로 볼넷 허용이 적었다.
2015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55순위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된 우완 정통파 폰세는 2020~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메이저리그 2시즌을 보냈다.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다. 특히 2022년 8월27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전에서 9이닝 113구 1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게임도 했다. 긁히는 날에는 쉽게 건드리기 힘든 공을 던지는 투수로 고점이 높은 유형이다.
지난해 라쿠텐으로 옮긴 뒤 성적이 떨어져 2군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지만 구위가 죽지 않은 폰세는 KBO리그 구단들의 영입 경쟁이 붙었다. 2023년 대퇴근 부상으로 인한 두 달 공백으로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해 1군 67이닝, 2군 60이닝으로 총 127이닝을 던졌다. 오래 전부터 폰세를 주목하며 지난해 일본 2군 경기까지 밀착 체크한 한화가 신규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전액을 보장하면서 폰세를 데려왔다. 올해 류현진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2선발로 기대받고 있다.
지난겨울 일찌감치 한화행을 결정한 폰세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 한화가 내게 새로운 기회를 주면서 그 여정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새 야구장도 한화에 온 이유 중 하나”라면서 “캠프 합류한 지 며칠 안 됐는데 팀원들이 모두 친절해서 잘 적응하고 있다. 농담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다들 잘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야시엘 푸이그(키움), 브랜든 와델(전 두산), 아담 플럿코(전 LG) 등 친분이 있는 KBO리그 경험자들로부터 한국 야구에 대한 정보를 구한 폰세는 “일본만큼 좋은 리그라고 들었다. 한국도 일본처럼 공인구가 미국보다 솔기가 두드러지고, 조금 더 끈적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비슷한 한국의 공인구 적응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폰세는 최근 3년간 일본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149.0km, 150.4km, 151.2km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였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구위가 죽지 않고 더 좋아지는 것에 대해 “아내가 매일 모든 음식과 영양제를 제공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며 애처가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 호주 스프링캠프지도 찾은 아내 엠마가 시즌 중에도 한국에서 폰세의 성공을 위해 시즌 내내 함께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노히터 게임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폰세는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노히터를 하면 정말 멋질 것이다. 한일 리그에서 모두 노히터를 한 투수가 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은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팀이다. 건강을 유지하며 팀 승리를 꾸준하게 이끌어야 한다. 팀 우승이 가장 큰 목표이고, 몸 상태도 좋다”고 자신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린아이 같은 밝은 미소가 인상적인 폰세는 일본 시절 친절한 팬서비스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한국 팬분들께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팬서비스를 하고 싶다. 나를 알아봐주는 팬들이 있으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사인, 사진 요청을 해도 좋다”며 팬서비스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