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33)는 어느덧 베테랑이 됐다. ‘트윈스 DNA’를 갖고 있다는 LG의 얼굴. 초등학생 시절 2002년 LG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했을 때 펑펑 울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는 얘기는 아직도 회자된다.
이제 프로 15년 차. 그는 2024년 LG 에이스였다. 정규 시즌 10승 6패, 평균자책점 3.83. 준플레이오프 2경기(11과 3분의 1이닝 3실점 2자책)와 플레이오프 1경기(5와 3분의 1이닝 무실점)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그는 “몸 관리를 잘못해 2주 정도 1군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에 정규 시즌은 70점, 포스트시즌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잘 던져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의 벽에 가로막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불펜 공백이 컸다.
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진 2차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임찬규는 “올해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면서 “그러려면 내가 에이스가 아닌 4, 5선발로 밀려나야 한다”고 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요니 치리노스 등 외국인 투수들이 제 몫을 다해주고 2024년 9승10패, 평균자책 3.79로 성장세를 보인 손주영이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해야 LG가 우승 전력을 갖춘다는 설명이다. 새로 들어온 장현식·김강률에 재활 중인 유영찬·함덕주가 합류할 LG 불펜은 리그 최상급. 임찬규는 “불펜이 완전체가 되면 선발진이 5~6이닝을 집중해 던질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찬규는 2011년 휘문고 졸업 후 LG 유니폼을 입고 첫해 신인왕에 거론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2년 차 때 부진에 빠진 뒤 부상과 수술, 부진이 이어지면서 긴 시간을 보냈다. “입단 후 5년 동안 나를 찾다가 그냥 쑥 시간이 지나가 버렸어요. 2017년부터 될 듯 말 듯하면서 또 4~5년이 지나갔고요. 어느 정도 궤도에 섰다는 느낌이 든 건 2023년부터였죠. 최근 2년 동안 잘했으니 올해 제 자신에게 내 길을 잘 걷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어요. 팔꿈치 수술 이후 구속이 예전에 못 미치는 건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여요. 대신 타자들 타이밍을 뺏는 것에 승부를 걸어요. 오랫동안 리그에 있으면서 다른 팀 타자들 데이터가 다 머릿속에 있어요. 공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해 던지면 결과는 따라오게 될 겁니다.”
임찬규는 이젠 LG 야구 레전드 길을 걷고 있다. 통산 승리(75승)는 역대 4위, 탈삼진은 1005개로 2위. 이 부문 1위는 김용수(126승, 1145개). 올해 탈삼진 기록은 도전해볼 수 있다. 부상만 없다면 최다 선발 등판(205경기)도 1위 정삼흠(221경기)을 넘어설 수 있다.
“지금처럼 공 하나하나 전력을 기울이면서 던져 매년 10승 이상 하면 5년 후엔 120승을 넘어 김용수 선배로 따라갈 수 있어요. 삼진도 거의 다가섰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구속은 떨어지게 되어 있어요. 지금 구속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롱런하려면 부상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목표예요. 그러면 적어도 팬들이 다 기억해주는 선수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