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프로야구 시범경기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를 찾은 관중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도 1000만 관중 조짐이 보인다. 8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시범 경기 개막전에 6만7264명이 몰렸다. 10구단 체제 출범 후 시범 경기 개막전 최다 관중 신기록. 기존 최고 기록(2015년 3만6589명)을 넘어섰다. 그 기록은 하루 만에 또 깨졌다. 9일에도 7만1288명이 몰리면서 전날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그래픽=김의균

한화가 13년 만에 시범 경기를 치른 청주구장은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사직(롯데)과 대구(삼성) 역시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표가 다 팔렸다. 이틀간 시범 경기 10경기 관중이 13만855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시범 경기 개막전 관중은 3만6180명이었는데 1년 사이 프로야구 인기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걸 실감케 했다.

흥행 열기만큼이나 ‘새 얼굴들 활약’도 도드라졌다. 한화는 이틀 연속 신인 투수들 활약에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2025 신인 선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정우주는 8일 두산전에서 시속 152㎞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9일엔 권민규가 1이닝 무실점. 둘 다 올해 한화 투수진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영 건’들이다.

두산에선 선발 경쟁에 뛰어든 최승용(4이닝 1실점), 최원준(4이닝 1실점), 김유성(4이닝 무실점)이 나란히 빼어난 투구를 보였다. KIA에서도 두 좌완 투수 윤영철(3이닝 무실점)과 황동하(2이닝 무실점)가 흔들림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키움에서는 작년 드래프트에서 뽑은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정현우(3이닝 무실점), 전체 7번 김서준(3이닝 1실점) 등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찍은 이름들이 실전에서도 가능성을 입증해 “개막 엔트리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팀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적생들도 눈부신 첫인상을 남겼다. 두산 팬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목하던 김민석의 ‘테이블세터 적응’을 지켜보고 있다. 김민석은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시범경기 들어 이틀 연속 톱타자로 나서 출루와 안타를 연거푸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엄상백(한화)의 보상선수로 이적한 KT 장진혁은 전날 대주자로 나서 득점을 올린 데 이어 9일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베테랑과 외국인 에이스들도 많은 관중 앞에서 건재함을 보였다. 사직에선 롯데 선발 찰리 반즈가 9일 KIA전에서 4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최고 시속 146㎞대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섞어 던져 올 시즌도 에이스다운 피칭을 예고했다.

삼성은 간판 거포 박병호가 시범경기서 초장거리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차세대 내야수’ 이재현은 이틀 연속 매서운 타격감(9일 3타수 3안타)을 뽐내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투수진에선 베테랑 백정현이 3이닝 무실점, 불펜 김대호가 3이닝 무실점 합작을 펼치며 안정감을 보였다. NC 김주원은 8일 키움전 솔로 홈런에 이어 9일엔 2점 홈런을 보태 연이틀 아치를 그렸다. 또 키움이 재영입한 야시엘 푸이그는 8일 곧바로 홈런포를 선보이며 돌아온 화력을 과시했다.

사직에선 롯데가 KIA를 상대로 1승1무로 패배 없이 이틀을 마감했다. 청주에서는 두산이 한화를 연파하며 2연승을 달렸다. 창원에선 8일 키움이 NC에 3대1로 이겼지만, 9일엔 NC가 7대2로 갚으면서 하루씩 승부를 주고받았다. 수원에서는 KT가 LG를 연달아 꺾었다. 대구에서는 SSG가 8일 삼성에 9대3으로 먼저 웃었으나, 9일 삼성이 7대0으로 설욕했다.

시범 경기에 처음으로 정식 도입된 ‘피치 클록’ 위반 사례도 이틀 연속 나왔다. 8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8회 2사 1·2루에서 사인을 주고받는 과정이 길어져 25초 이내에 투구하지 못해 ‘1호 위반’을 범했다. 노경은은 “피치컴 소리가 전혀 안 들려 고개를 젓다 보니 시간을 넘겼다”고 해명했다. 9일 KT 좌완 오원석이 1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LG 오스틴에게 초구를 제때 던지지 못해 볼 카운트가 올라가며 ‘2호 위반’ 주인공이 됐다. 지난 시즌 시범 운용을 거쳐 올해 시범 경기부터 공식 적용된 피치 클록은 투수가 주자가 없으면 20초, 있으면 25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신인부터 베테랑까지 자유롭게 테스트하는 게 시범경기의 특징. 시범 경기 1위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역대 7번뿐이고 가장 최근은 2007년 SK(현 SSG)가 마지막이다. 지난 시즌 시범 경기 1위(8승1무)는 두산(정규리그 4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