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성 왕조’의 최고 투수에서 승부 조작에 사기까지. 전 프로야구 선수 윤성환이 추락을 거듭 하고 있다.
윤성환은 2004년 삼성에서 데뷔해 2020시즌까지 총 425경기에서 135승 106패 1세이브 28홀드를 기록했다. 특히 2009시즌과 2011시즌 14승을 올렸고 2012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거의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삼성 왕조’ 시절을 이끌었다. 2014년 11월엔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8억원 연봉 8억원)에 계약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 윤성환이 승부 조작 가담에 이어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일 대구지방법원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않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윤성환에게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 내용을 통해 윤성환 행적을 다시 짚어봤다.
윤성환은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후배와 지인 등 4명에게 총 4억5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당시에는 아직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미 개인 채무 2억원에 5억원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다. 야구 선수로 벌어들인 수입을 대부분 탕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에 대해 이번에 법원이 사기라고 본 것이다.
이번 사기(채무 불이행) 사건은 앞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승부 조작 사건과 무관치 않다.
윤성환은 2020년 3월 대구 한 커피숍에서 B씨를 만나 만나 “FA 선수로 108억원을 나누어 받고 있고 세금을 35% 연납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서 세금을 낼 돈이 없으니 3억원을 빌려주면 3개월 뒤에 갚겠다”며 “지난 시즌에 삼성과 계약에서 옵션으로 4억원을 곧 받게 되어 있다”고 하면서 3억원을 빌렸다.
사실이 아니었다. 윤성환은 체납과 채무로 급여 계좌가 압류됐고 B씨에게 말한 옵션 4억원도 이미 받고 난 상태였다. 재판부는 “B씨에게 빌린 3억원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할 생각이었고 정상적으로 돈을 갚을 능력과 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두 달 뒤인 5월엔 다시 알고 지내는 후배를 통해 C씨를 소개받아 막대한 이자를 주겠다며 6000만원을 빌렸다. 같은 달 다른 D씨에게도 “급하게 돈 쓸 곳이 있으니 2000만원을 빌려주면 월급을 받아 한 달 내로 갚겠다”고 하며 20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그리고 난 뒤 9월에 문제의 승부 조작 사건이 일어난다. 윤성환은 오래전부터 알던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A씨와 공모해 승부 조작을 미끼로 베팅금을 받아내 도박 자금 등으로 쓰는 사기 범죄를 벌였다. A씨가 윤성환에게 ‘당신이 승부 조작을 하고 불법 토토 사이트에서 거기에 베팅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해 돈(베팅금)을 받아내자’고 제안했고 윤성환이 여기에 응했다.
A씨가 주변에 이런 제안을 퍼트렸고 여기에 혹한 피해자 2명이 나서자 A씨와 윤성환은 이들을 직접 만나 “오는 주말 야구경기에서 삼성이 상대팀에게 1회에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주고, 무제한으로 베팅이 가능한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여 수익이 나게 해 줄 테니 5억 원을 달라”고 해서 5억원을 받아냈다.
A씨와 윤성환은 세무 당국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명 계좌로 5억원을 받아 정작 베팅은 하지 않고 각자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윤성환은 당시 승부 조작하기로 한 경기에 나서지 않아 승부 조작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 조작 청탁으로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윤성환은 2022년 실형이 확정돼 징역 10개월 판결을 받았다.
윤성환과 승부 조작으로 사기를 벌인 A씨는 과거 상습적 도박으로 처벌을 받았고 투자금 명목으로 여기저기 돈을 받아 유흥주점 외상 술값을 갚거나 바카라 도박에 써버렸다. 돈을 안 갚는다며 항의하는 채권자와 언쟁을 벌이다 폭행하기도 했다.
윤성환은 점점 나락으로 빠져든다. 불과 한 달 뒤인 10월 윤성환은 개인 채무가 10억원까지 늘었고 또 다른 피해자 F씨에게 “화장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사업을 하는데 투자를 하면 투자금 10배를 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7000만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0년 11월 피해자들이 채무 문제로 윤성환을 고소하면서 윤성환 사기 행각들이 하나둘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윤성환은 “도박을 한 적이 없고 사기 등을 당해 고소당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그 해 11월 윤성환을 방출했다.
그리고 약 7개월 뒤인 2021년 6월 경찰이 윤성환을 승부 조작 혐의로 검거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판결과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에서 윤성환은 베팅금 명목으로 받은 5억원을 A씨와 함께 불법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처음 불거질 당시 언론에 거짓 해명을 한 것이다. 윤성환은 모텔에서 검거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승부 조작 혐의로 2022년 3월 징역 10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 후 출소했던 윤성환은 다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프로야구 선수 지위와 명성을 이용해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을 빌린 뒤 상당 부분을 도박에 사용한 정황이 있으며,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면서도 B씨와는 합의했고 다른 피해자 2명에게도 각각 2800만원, 2000만원을 일부 변제한 사실과 윤성환이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반성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