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타자와 특급 외국인타자를 독립리거로 잡는다? 두산 베어스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좌완투수 김호준(27)은 지난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2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수확했다.
김호준은 3-2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박정수에 이어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은 또 다른 좌완 이병헌이 장염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KT가 자랑하는 막강 테이블세터를 봉쇄하기 위해 25일에 이어 이틀 연속 김호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25일 경기에서 김호준은 패전의 아픔을 겪었다. 선발 최원준에 이어 5회말 등판해 선두타자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루수 땅볼로 막아냈으나 옛 동료 허경민에게 좌월 결승홈런을 헌납하며 고개를 숙였다.
26일은 달랐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선두타자 강백호를 7구 끝 투심을 이용해 1루수 땅볼 처리했고, 로하스 상대 2루타를 맞고 이영하와 교체됐지만, 후속타자 허경민이 친 안타성 타구가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에 이은 더블플레이로 이어지면서 승계주자가 지워지는 행운이 따랐따. 데뷔 첫 홀드를 확정한 순간이었다. 두산은 그렇게 KT를 3-2로 잡고 개막 3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김호준은 경기 후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즌 첫 승을 기록하는 데 약간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호준은 안산공고를 나와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8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좌완투수다. 올해 어느덧 프로 8년차가 됐지만, 그의 1군 통산 성적은 19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9.37이 전부다. 2023년이 돼서야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고, 지난해 데뷔 첫 승을 비롯해 1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8.78을 남기며 처음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김호준은 2024시즌을 마친 뒤 기존 직구 위주의 패턴을 완전히 버리고 투심-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을 장착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생존을 위해 직구를 과감히 버렸고, 이는 시범경기 5경기 평균자책점 2.25(4이닝 1실점) 3탈삼진의 성과로 이어졌다. 17일 수원 KT전(시범경기) 1이닝 2볼넷 무실점으로 최종 모의고사를 마친 뒤 2년 연속 개막 엔트리 승선에 성공했다.
김호준은 이병헌이 돌아올 때까지 지난 이틀처럼 좌완 필승조를 맡아 뒷문을 지켜야 한다. 두산 불펜의 유일한 좌완투수인 그는 “(데뷔 첫 홀드에도) 과정은 만족스럽지 않다. 어제도, 오늘도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하루하루 과제를 느끼고, 그걸 보완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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