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에 눈을 뜬 이정후의 방망이가 제대로 불이 붙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이정후가 14일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시리즈 3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으로 홀로 4타점을 뽑아내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사실상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중견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4회초 두 번째 타석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0-3으로 뒤진 가운데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키스의 선발 카를로스 로돈의 슬라이더를 정확히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타구 속도는 166km에 달했고 비거리는 123.7m에 이르는 큰 타구였다.
1-3을 만든 이정후는 6회 1사 1, 2루에서 또다시 로돈을 상대했다. 로돈이 던진 5구 131㎞ 커브를 또다시 정확히 직격,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쓰리런을 터트렸다. 이정후의 연타석 홈런으로 자이언츠는 단번에 4-3으로 역전했다. 이정후가 MLB 진출한 이후 첫 연타석 홈런이자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이날 이정후가 두 번의 홈런을 친 상대 투수 카를로스 로돈은 지난 시즌 16승9패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 11번째 시즌을 맞은 로돈은 197경기에 나서 76승을 거뒀는데, 좌타자가 로돈을 상대로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때려낸 건 이정후가 처음이다.
이정후는 8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라내며 이날 3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 볼넷 1개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사실상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이정후의 활약으로 이날 자이언츠는 양키스에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홈런 2개를 기록한 이정후는 이번 양키스 3연전에서만 홈런 3개를 때려냈다.
자이언츠는 이번 원정 시리즈에서 이정후의 대활약으로 양키스를 상대로 2승 1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터리그 경기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자이언츠가 양키스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3전 중 2승)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활약으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이 0.352까지 상승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도 1.130까지 상승했다. 아직 이날 다른 경기가 끝나진 않았지만 이정후는 시즌 타율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오르며 타격왕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양키스의 강타자 애런 저지가 0.357로 공동 3위에 올라 있고,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NL) 타격왕이자 올해 이정후와 NL 타격왕 대결을 펼칠 상대로 꼽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0.351로 6위에 올라 있다. 이날 OPS도 MLB 전체 1위 애런 저지(1.228)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섰다.
이날 경기 MVP로 선정된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팀이 승리했고 팀이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춥고 비 오는 날씨에서 경기한 것이 처음인데, 상대도 같은 상황이라 정신력에 더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