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산성(山城)’이 코트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은 3일 안방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72대67로 제압했다. 3연승을 달린 오리온(9승7패)은 현대모비스(8승7패)를 5위로 끌어내리고 4위에 올랐다. 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KBL(한국농구연맹) 역대 18번째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지난달 11일 현대모비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센터 이종현(203㎝)을 데려왔다. 기존 멤버인 이승현(197㎝), 제프 위디(211㎝)에 이종현이 가세한 골밑 높이는 리그 최고 수준. 위디 대신 디드릭 로슨(202㎝)이 이승현, 이종현과 함께 뛰어도 가공할 만한 높이다. 가드 이대성(190㎝)과 슈터 허일영(195㎝)도 각자의 포지션에서 장신에 속한다. 팬들은 이런 오리온을 ‘산성(山城)’이라 부른다.

3일 상대는 바로 이종현 트레이드의 당사자였던 현대모비스. 모비스는 부상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이종현을 내보내는 대신 베테랑 최진수와 강병현을 오리온에서 데려왔다.

대형 트레이드 후 첫 맞대결에서 이종현과 최진수는 기록적인 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각자 친정팀을 상대로 이종현은 18분 45초를 뛰며 2득점 4리바운드, 최진수는 25분 22초를 뛰며 1득점 5리바운드를 올렸다. 하지만 양팀 감독은 경기 후 둘에 대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강을준 감독은 “이종현 몸 상태가 100%가 아니지만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을 준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최진수에 대해선 “움직임은 괜찮았고, 수비도 좋았다”고 말했다.

결국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승부를 갈랐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까지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던 이대성이 16점 9어시스트 6리바운드 3스틸로 승리에 앞장섰다. 제프 워디(12점 11리바운드), 이승현(12점 6리바운드), 김강선(11점)도 제 몫을 다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숀 롱이 경기 최다 득점(20점)을 했지만, 장재석과 전준범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다. 오리온의 높이에 막혀 골밑을 파고들지 못하고 외곽을 맴돌았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정확성 높은 2점슛 위주의 공격을 펼쳐줘야 할 파워포워드들의 슛 시도 자체가 너무 없었다. 4대5로 농구한 꼴”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