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규섭(43·198㎝) 코치와 차민석(19·199.6㎝)은 국내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맺어진 인연이다.
삼성은 지난달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제물포고 3학년 차민석을 지명했다. 이규섭을 1순위로 선택한 이후 20년 만에 품은 1순위 신인이다.
둘은 닮았다. 비슷한 신장이고, 학창 시절에는 센터와 파워포워드 역할을 맡다가 프로에서 외곽슛이 가능한 플레이로 전향했다. 이규섭은 수준급 슈터로 성장했고, 차민석은 따라야 할 길이다. ― 이규섭 "20년만에 나온 삼성 1순위 신인 차민석…상징적인 선수 되길"
이 코치는 "(차)민석이는 나 이후 20년 만에 나온 삼성의 1순위 신인이다. 굉장히 기쁘다. KBL 최초의 고졸 1순위라는 의미도 있다"며 "잘 성장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상징적인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차민석은 "사실 코치님이 농구하는 걸 보지 못했다. 삼성에 오게 되면서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찾아봤는데 많이 안 나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코치님들께서 (이규섭 코치에 대해) 원래 센터에서 포워드로 전향했다. 너랑 비슷하니까 가서 잘 배우고 닮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코치는 삼성이 수원을 연고지로 하던 2000~2001시즌 1순위로 입단해 신인상을 차지했고, 챔피언 등극에 크게 일조했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2.7점 4.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빅맨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이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면서 슈팅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이 코치는 "대경상고~고려대에서 계속 센터만 했고, 프로에서도 센터와 파워포워드를 했다. 이 포지션에서 국가대표까지 했지만 (서)장훈이 형이 합류하면서 출전 시간이 크게 줄었다"며 "상무에서 2년 동안 슈터로 변신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다.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2005~2006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5시즌 연속 평균 두 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통산 기록은 정규리그 522경기에서 평균 10.4점 2.6리바운드. 단 한 차례 이적 없이 삼성에서 은퇴했다. ― 차민석 "머리 쓰는 농구 많이 배워야…급하지 않게 노력할 것" 차민석은 큰 키에 기동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외곽슛 능력에는 아직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확한 3점슛을 장착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다.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해 구력이 짧은 차민석은 "코치님과 일대일을 했는데 포스트업 플레이에서 졌다"며 "머리를 써서 하는 농구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코치는 "김주성(DB 코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다. 결국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차민석은 입단 후 메디컬 테스트에서 신체 밸런스가 매우 좋다는 결과를 받았다. 특히 하체 근력은 선수단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상위권에 속했다.
이 코치는 "민석이는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의욕이 높다. 그러나 프로는 냉정하고, 힘든 곳이다. 항상 스스로 연구하고 챙겨야 한다"며 "앞으로 많은 힘든 일이 있을 것이다. 잘 이겨내서 팬들과 삼성이 기대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인내하면 2~3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내년 2월 제물포고 졸업 예정인 차민석은 여러 운동부가 지내는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 생활이 신기하다.
"STC 전체에서 거의 막내다. 태권도, 배구, 레슬링 형이나 누나들을 보면 계속 인사하고 다닌다. 식당 밥은 참 맛있다"고 했다. 같은 학교 야구부 동기생 김건우는 지난 10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차민석은 "건우가 1차 지명됐다고 학교에 플래카드가 걸렸는데 내가 1순위가 되면서 내 걸로 바뀌었다. 친구들이 연봉 얼마냐고 많이 물어본다"며 웃었다.
프로농구는 두 번째 시즌부터 공식 연봉 계약을 체결한다. 데뷔 시즌은 신인 약정서를 통해 일정 수준의 월급과 출전 수당 등을 받는다.
삼성의 '김현준 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차민석은 마지막으로 "급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서 노력하겠다. 많은 분들이 (송)교창이 형이나 (양)홍석이 형과 비교하지만 내가 많이 부족하다.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코치는 "삼성 농구단은 KBL를 대표하는 팀 중 하나인 명문 구단이다. 민석이가 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민석이가 열심히 하면 팀이 가지고 있는 개인 커리어 기록은 모두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다. 이 팀에서 은퇴한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항상 개인 발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차민석은 10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D리그(2군)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27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군 데뷔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