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분위기 혁신을 위해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SK 구단은 29일 “명문 구단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제8대 감독에 전희철 수석코치를 계약 기간 3년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문경은 감독은 기술자문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24승30패로 8위에 그친 데 대한 문책성 인사 성격이다.
문경은 전 감독과 전희철 신임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들이다. 연세대 90학번인 문 감독은 1993-1994 농구대잔치에서 이상민(91학번), 우지원·김훈(92학번), 서장훈(93학번)과 함께 대학팀으로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
고려대 92학번인 전희철 감독은 1995-1996 농구대잔치에서 김병철(92학번), 양희승(93학번), 현주엽·신기성(94학번)과 베스트5를 이뤄 정규시즌 전승을 이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4강에서 허재·강동희·김유택의 기아자동차에 1승2패로 밀려 탈락했다.
대학 선수로 90년대를 풍미한 뒤 프로로 진출한 둘은 문경은이 2006년 전자랜드에서 SK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처음으로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2008년 SK에서 먼저 은퇴한 전희철은 2군 감독을 거쳐 이듬해 1군 코치가 됐다. 2010년 SK에서 유니폼을 벗은 문경은은 2011년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지휘했다. 문경은의 10번과 전희철의 13번은 SK의 영구결번이다.
SK는 2011-2012시즌부터 문경은 감독과 전희철 수석코치 체제로 10시즌을 보냈다. 문경은 감독이 감독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인 2012-2013시즌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 챔피언전에서 모비스에 패하며 준우승했다.
SK는 2017-2018시즌 챔피언전에서 DB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SK 지휘봉을 잡고 첫 우승을 일군 문경은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전희철 코치를 얼싸안았다. SK는 2019-2020시즌 코로나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DB와 함께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쳤다.
문 감독을 비롯해 김승기(인삼공사), 이상민(삼성), 현주엽(전 LG) 감독 등 또래 농구대잔치 스타들이 앞다퉈 지휘봉을 잡을 때 꿋꿋이 문 감독 곁을 지켰던 전희철 신임 감독은 이제 다음 시즌 KBL 사령탑으로 코트에 서게 됐다. 전희철 감독은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문경은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문 감독이 쌓아올린 성과를 이어받고 발전시켜 SK를 한국 농구 최고의 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