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남자 대학농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데이비드슨대가 22일 강호 앨라배마대를 79대78, 1점차로 꺾은 경기였다. 앨라배마대는 올 시즌 AP(현지 기자단 투표) 랭킹 10위에 올라있는 강팀이다. 반면 데이비드슨대는 전미 랭킹 50위권이다.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데이비드슨대 선수는 한국인 ‘농구 유학생’ 이현중(21·3학년)이었다. 이현중은 이날 3점슛 4개 포함, 17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앨라배마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한몫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경기 후 데이비드슨대 출신인 현 NBA 최고 스타 스테픈 커리(3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이현중의 사진을 나란히 인터넷 홈페이지 농구 사이트 화면에 게재했다. 데이비드슨이 AP 랭킹 10위권 팀을 잡아낸 게 커리가 뛰던 2008년 위스콘신(당시 6위) 경기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ESPN이 이현중의 사진을 올렸다는 것은 2008년 당시 팀을 이끌던 커리처럼 이현중이 현재 데이비드슨 농구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데이비드슨대 가드 이현중이 지난해 12월 마우이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 올해 훨씬 발전한 기량을 선보이면서 내년 3월 NCAA 무대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3년째 성장 중인 이현중

이현중은 2학년이던 지난해 외곽슛 정확도를 포함한 기량을 끌어올리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특히 공을 받은 다음 슛으로 연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아 NCAA 최상위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3점 속사포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있었지만, 3학년이 된 이현중은 이런 주위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이 17.5점으로 지난 시즌(13.5점)보다 4점 정도 늘었고, 리바운드 역시 지난 시즌 4.0개에서 올 시즌 6.5개로 많아졌다. 지난해까지는 3점슛 위주 공격을 펼쳤지만 올 시즌 더 많은 돌파를 시도하고 미들슛을 던지는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선보이면서 상대 수비를 곤경에 빠뜨린다.

데이비드슨대는 당초 지난해까지 주 득점원이던 켈란 그레디(켄터키)와 카터 콜린스(머리 주립대)가 다른 대학으로 옮기면서 전력 약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9연승 포함, 10승 2패로 소속 콘퍼런스 ‘애틀랜틱 10′의 14팀 중 1위를 달린다. 13승 9패로 마감했던 지난 시즌보다 훨씬 페이스가 좋다. 미국 언론들은 주전들의 공백을 말끔히 메운 이현중이 2022 NBA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경우 2라운드 중후반에 지명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한국 선수로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것은 하승진이 유일하다. 하승진은 2004년 2라운드 16번째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됐다.

데이비드슨 주축으로 성장한 이현중

◇'3월의 광란’도 간다

해마다 3월이면 미국 전역은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NCAA 남자 농구 챔피언십 토너먼트로 난리가 난다. 단판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짜릿함에 웬만한 프로 스포츠를 뛰어넘는 인기를 뽐낸다. NBA 스타를 꿈꾸는 선수들의 쇼케이스인 이 무대에서 옥석을 가리려는 NBA 스카우트의 시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현중이 깊은 인상을 남기면 자신의 꿈인 NBA 입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데이비드슨이 ‘3월의 광란’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내년 3월 10일부터 열리는 ‘애틀랜틱 10′ 토너먼트에서 우승해야 한다. 준우승을 해도 참가의 길이 있긴 하지만, ‘NCAA 선택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다.

데이비드슨은 지난 시즌 콘퍼런스 토너먼트 4강전에서 버지니아에 52대64로 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당시 이현중이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넣었지만 팀 전체 슛 성공률이 25%에 그치는 부진 탓에 패배했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아쉽게 탈락했던 지난 시즌보다 현재 팀의 흐름이 좋아 보인다”며 “한층 더 성장한 이현중의 활약이 가장 고무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