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다고 봐주지 않는다. 성적이 부진하면 바로 해고 통지가 날아간다. 미국 프로 농구(NBA) 덴버 너기츠가 창단 첫 우승을 안겨준 마이크 멀론(54) 감독을 9일(한국 시각) 해임했다. 불과 2년 전 우승 감독인 데다 정규 시즌 종료를 3경기 남긴 막판이라 놀라운 분위기다.
너기츠 구단은 “다시 한번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최상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멀론 감독은 2015년부터 너기츠를 이끌며 10시즌 동안 471승 327패, 승률 0.590을 기록했다. 2023년 니콜라 요키치(30)와 저말 머리(28)를 앞세워 구단 역사상 첫 NBA 파이널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올 시즌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으나 최근 4연패로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현재 47승 32패로 서부 콘퍼런스 5위. 무난히 포스트시즌엔 진출할 전망이지만 4~7위가 동률이라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7~10위로 떨어지면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격인 플레이인 토너먼트(단판)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2팀만 살아남아 최종 8팀 포스트시즌 대진이 확정된다. ESPN은 너기츠가 플레이인 토너먼트로 밀려날 확률을 46.9%로 분석했다.
멀론 감독 해임에는 단장 캘빈 부스와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둘은 선수 영입과 기용을 놓고 대립했고, 구단은 이 여파로 성적이 부진했다고 보고 이번에 멀론과 부스를 동시에 내보냈다.
최근 NBA에선 ‘우승 감독 잔혹사’가 이어진다. 지난 6시즌 파이널 우승 감독 중 4명이 해고됐다. 2023년 닉 널스(토론토 랩터스·2019년 우승), 2022년 프랭크 보걸(LA 레이커스·2020년 우승), 2023년 마이크 부덴홀저(밀워키 벅스·2021년 우승)에 이번 멀론까지다. 남아있는 최근 우승 감독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2022년 우승), 보스턴 셀틱스 조 마줄라(2024년 우승)뿐이다.
멀론이 너기츠를 떠났지만 벌써부터 ‘차기 행선지’가 거론되고 있다. 유력한 후보는 뉴욕 닉스다. 닉스는 올 시즌 동부 콘퍼런스 3위를 달리고 있지만, 플레이오프 성적에 따라 톰 티보도(67) 감독이 경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멀론은 뉴욕 퀸스 출신으로, 과거 닉스에서 코치 경력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