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프로농구 장내 아나운서. /조선일보 DB

한국 프로농구(KBL) 장내 아나운서 1호 염철호(90)씨가 2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염씨는 1983년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경기장에서 마이크를 잡기 시작해, 1997년 KBL 출범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간 농구계 원로다. 1990년대 후반까지 안양 SBS, 창원 LG 등 구단의 홈경기 장내 아나운서를 맡았고, 1999년 남북통일농구대회에서도 사회를 맡은 바 있다.

염씨는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기 전 농구인으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모두 거쳤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월남 후 배재중, 서울사대부중, 성동고와 중앙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1950년대 말에는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1965년 숭의여고에서 처음 코치 생활을 시작한 뒤, 중앙대·서울신탁은행·전매청·한양대·신용보증기금 등 사령탑을 차례로 거쳤다. KBS에서 해설가로도 활동했다.

경기 중 관중과 소통하며 진행하는 그의 방송 스타일은 당시로선 이례적이었다. ‘코트의 감초’로 불리며 시종 구수한 입담과 예리한 멘트로 호평을 받았다. 경기 규칙이나 판정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고, 선수들에게 별명을 붙이는 등 현장 분위기를 살리는 데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염씨는 전희철 SK 감독의 선수 시절에 ‘한국 농구의 자존심’이라고 불렀고, 허재의 선수 시절엔 ‘농구 대통령’이라고 호칭했다. 은퇴 이후에도 아마추어 농구 경기를 직접 챙겨보며 농구계와 인연을 이어갔다.

유족은 아들 염제인, 딸 염정민·염은민씨와 사위 김광욱·박종선씨 등이 있다. 빈소는 대전 건양대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7시 20분. (042)600-6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