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하는 송민규

24년 만의 형제대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아우’인 김학범호의 ‘라이징 스타’ 송민규(21·포항)였다.

송민규는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1차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5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선제골을 내준 뒤 끌려가던 김학범호는 송민규의 동점골과 후반 13분 권경원의 자책골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후반 44분 교체로 들어온 이정협에게 다시 실점하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스페셜매치에서 가장 특별했던 선수는 단연 송민규였다.

2018년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한 송민규는 지난해 27경기에서 2골 3도움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이번 시즌엔 10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는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지 않은 송민규는 포항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김학범 감독의 선택을 받아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벤투호와 맞대결 전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가고 싶다. 내 장점을 보여주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말한 송민규의 발언은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측면 공격수인 송민규는 탄탄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이 장점이다.

이날도 전반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다소 조용했지만, 후반 5분 대포알 왼발 슛으로 정적을 깨트린 뒤 곧바로 이어진 찬스에서 벤투호 수비수 3명을 차례대로 따돌리고 조현우 골키퍼까지 뚫었다. 사실상 혼자 힘으로 형들이 버틴 수비라인을 깨트린 것이다.

축구에서 일명 '크랙(개인 능력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으로 불리는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간 대표팀에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라이프치히) 등의 몫이기도 했다.

송민규는 이날 원더골로 김학범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올림픽대표팀 역사상 가장 치열하다는 2선 경쟁을 더욱더 뜨겁게 만든 것이다.

또한 벤투 감독에게도 존재감을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스페셜매치는 송민규에게 완벽한 쇼케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