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겹경사가 났다. 최근 남자 대표팀이 10회 연속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데 이어 여자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우승 기회를 잡았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팀은 3일 인도 푸네에서 새 역사를 썼다. 필리핀과 벌인 준결승전에서 2대0 승리를 거두고 1991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31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종전 최고 성적이 2003년 3위(4강 4회)였던 한국으로선 값진 성과다.


/대한축구협회 조소현이 3일 필리핀과 벌인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전반 4분 헤딩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FIFA 랭킹 18위인 한국은 필리핀(64위)보다 객관적 전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입증하듯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다.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김혜리(32·인천 현대제철)가 오른쪽에서 길게 띄운 코너킥을 조소현(34·토트넘 위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가까운 포스트를 겨냥한 헤딩 슛이었다. 공은 골키퍼의 손을 스친 다음 골대를 맞고 들어갔다.

조소현은 이 한 방으로 호주와 벌인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던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호주전은 조소현의 개인 통산 137번째 A매치(국가대항전)이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이 갖고 있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6경기)을 넘어서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호주전 전반 페널티킥을 놓쳐 눈물을 삼켜야 했다. 한국은 지소연(31·첼시 위민)이 후반 막판 결승골을 터뜨려 통산 5번째 4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본선 티켓도 확보했다.

조소현은 필리핀전을 하루 앞둔 2일 온라인 회견을 통해 “동료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내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4강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통산 138번째 A매치에 나선 조소현은 선제 결승골(통산 23호)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조소현은 앞선 2018년 요르단 대회의 5위 결정전에서도 필리핀을 상대로 2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터뜨리며 5대0 대승에 쐐기를 박았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한국은 전반 34분 추가골을 뽑아내 승기를 굳혔다. 추효주(22·수원 도시공사)가 왼쪽 측면을 허물며 페널티지역을 파고든 다음 패스를 했고, 이를 손화연(25·인천 현대제철)이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다시 필리핀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 여자 축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벨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시아의 주도권을 잡아 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작년 10월과 11월 A매치 기간에 미국, 뉴질랜드와 평가전을 치르며 전력을 점검했고, 아시안컵 직전엔 경남 남해에서 담금질을 했다. 인도에 입성한 직후부터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들이 여럿 나왔고, 조별 예선부터 코로나 때문에 1~2명씩 결장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9득점(상대 1자책골 포함)에 1실점만 하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은 중국(19위)-일본(13위)의 또다른 준결승전 승자와 6일 오후 8시(한국시각) 우승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