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묵은 징크스’를 안방에서 깰 수 있을까.
한국 축구 대표팀(감독 파울루 벤투)이 24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9차전을 벌인다. 조 2위 한국(승점 20·6승2무)은 남은 9, 10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선두 이란(승점 22·7승1무)과 본선행을 확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한국(FIFA 랭킹 29위)은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전(카타르 도하)에서 윤빛가람(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결승골로 이란(FIFA 21위)에 1대0 승리를 거둔 이후 3무4패(2득점 6실점)로 밀렸다. 특히 2014·2018 월드컵 최종 예선에선 같은 조에 속한 이란에 1무3패(무득점 3실점)로 압도당했다. 가장 최근인 작년 10월 이란 원정에선 손흥민(토트넘)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동점골을 내줘 1대1로 비겼다. 한국은 통산 상대 전적 역시 9승10무13패로 열세다.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최초, 세계에선 6번째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군 한국이 이란을 넘지 못한다면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자부심이 무색해진다.
이란을 맞는 한국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주장 손흥민은 23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온라인 회견을 통해 “이란은 강한 팀이다. 작년 원정에서 원했던 승점 3(승리)에는 못 미쳤지만 자신감을 갖게 됐다. 팬들 앞에서 승리를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이후 4개월여 만에 A매치(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손흥민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선수들을 만나서 즐겁다. 그렇지만 놀러 온 것이 아니다. 대표팀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어떻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최종 예선에서 3골을 넣어 득점 공동 4위를 달린다. 4골을 기록 중인 득점 1위 3명 중 일본의 이토 준야(헹크)만 골을 늘릴 수 있다. 이란의 메디 타레미(포르투)는 코로나 확진으로 남은 2경기를 결장하고, 중국의 우레이(에스파뇰)는 자국의 본선행이 무산되자 엔트리에서 빠졌다.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이란을 제물로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통틀어 단일 재임 기간 최다 승에 도전한다. 그는 2018년 8월 부임한 이후 A매치에서 27승(10무4패)을 올렸다. 앞서 한국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27승5무7패)과 승 수가 같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안방에서 강했다. 홈 19경기 무패(15승4무)를 기록 중이다.
벤투 감독은 23일 온라인 회견에 참석해 “조 1위로 (최종 예선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승점 3을 따야 한다.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안고 가면서 경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전력은 최상이 아니다. 플레이메이커 황인범(루빈 카잔)은 발가락 골절 부상 중이다. 미드필더 백승호와 김진규(이상 전북) 등 4명은 코로나에 감염돼 뛰지 못한다. 벤투 감독은 “다른 해결책을 찾아서 준비하겠다. 벤치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 가장 강한 베스트 11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역시 미드필더 사에이드 에자톨라히 등 2명이 경고 누적 징계로 결장하고, 최종 예선에서 7골을 합작한 유럽파 공격수 타레미와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가 코로나 감염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2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엔 6만명 안팎의 국내 축구 팬이 입장할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6일 저녁 인터넷 예매 창구를 열자 23만명이 접속하면서 한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미 입장권 5만5000여 장이 팔렸다. 이란은 최근 한국 내 코로나 감염자가 30~40만명으로 폭증했다는 점을 들어 AFC(아시아축구연맹)에 무관중 경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