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수원FC전에 나선 제주 SK 선수들의 분위기는 남달랐다. 수원FC 선수들과의 경합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투지가 엿보였다. 혹여나 밀리면 반칙을 무릅쓰고 다시 밀칠 정도로 굳셌다. 선제결승골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전반 22분 왼쪽에서 올라온 공을 제주 선수 2명이 경합한 끝에 김준하가 머리로 왼쪽 골대 안에 넣었다. 수원FC 수비수는 공이 너무 높아 넋놓고 바라봤는데, 제주 선수는 2명이 머리를 갖다 댄 것이었다. 투지를 불사른 덕에 제주는 수원FC에 1대0으로 승리했다.

제주월드컵경기장/ K리그1/ 제주SKFC vs 수원FC/ 제주 구자철 은퇴식/ 사진 김정수

그 이유는 이날이 제주 SK에서 몸바쳐 뛰어온 구자철 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의 은퇴식이었기 때문. 결승골의 주인공 김준하는 “경기 전부터 선수들끼리 자철이형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 입단해 4시즌을 뛰고 유럽과 중동을 거친뒤 은퇴 직전인 2022시즌 다시 제주와 돌아와 3시즌을 뛰고 은퇴했다. 이날 승리한 덕분에 은퇴식은 성대하게 열렸고, 구자철은 “제주에서 뛰었던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제주는 홈 개막전 이후 오랜만에 승리를 거두면서 9위(승점 7·2승1무3패·6득점)로 7위 대구(8득점), 8위 광주(7득점)와 승점 동률을 이뤘다. 수원FC는 최하위인 12위(승점3)에 자리했다.

이날 김천(승점 11)은 이동경의 결승 골로 강원을 1대0으로 꺾고 2위에 올랐다. 전북(5위·승점 8)은 안양(11위·승점 6)을 1대0으로 물리쳤다.

전날 FC서울과 대구FC 경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FC서울이 경기 막판까지 1-2로 뒤지고 있었는데, 오른쪽 측면 공격수 정승원이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고 난 뒤 정승원은 대구의 원정 응원단이 앉아있는 곳까지 달려가 손을 귀에 대는 도발 세리머니를 펼쳤다. 정승원은 2016시즌 대구에서 데뷔해 5시즌을 뛰었는데, 그동안 팬들과 대립이 심했다. 2021시즌엔 정승원이 대구 동성로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마스크를 내리고 웃었는데, 한 팬이 이를 사진으로 찍은 뒤 ‘경기에 지고도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 여자들을 꼬셨다’고 팬 사이트에 올리면서 손가락질을 받았다. 정승원은 아니라 맞섰지만 대구FC는 당시 선제적 조치로 정승원에게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훗날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정승원은 다음 시즌 수원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대구FC 입단 동기 정치인이 서울 정승원에게 다가가 강하게 어필하며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졌다. 상암=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

정승원이 떠난 후 대구를 상대로 골을 넣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정승원은 이날 “축구를 하며 (대구 팬들에게) 야유를 많이 들었다. 팬들께는 내가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했다. 하지만 팬들에 대한 조롱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창현 대구 감독은 “친정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서울은 정승원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 시간 문선민이 역전골까지 넣으면서 3대2로 승리하며 3위(승점11)에 자리했다. 포항(6위·승점 8)은 ‘동해안 더비’에서 울산(4위·승점 10)을 1대0으로 눌렀다. 선두 대전(승점 13)은 광주와 1대1로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