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에서 이글을 잡아냈던 타이거 우즈(45)의 아들 찰리(11)가 최종 2라운드에서는 버디를 잡고 아버지의 전매특허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한적하던 이벤트 대회가 이렇게 열광적인 관심을 끈 것은 왜일까? 팬들은 부리부리한 눈에 재능, 승부욕까지 우즈를 빼닮은 열한 살 소년에게서 새 슈퍼스타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일 수도, 예전 흠 없이 맑고 강렬했던 우즈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냉혹한 승부사 우즈도 어쩔 수 없는 ‘아들 바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21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PNC 챔피언십은 찰리 우즈를 어린 스타로 만들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아마 무대를 평정한 아버지 우즈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플레이와 아버지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 하나하나가 이목을 끌었다. 출전한 20개 팀 가운데 ‘팀 우즈’가 7위(20언더파 124타)를 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골프에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입히자는 이 대회의 기획 의도에 가장 맞은 1위를 꼽으라면 우즈와 찰리일 것이다. 저스틴 토머스와 레슨 코치 출신으로 우즈의 아들 찰리도 가르치는 토머스의 아버지 마이크가 합류한 ‘팀 토머스’가 2라운드 합계 25언더파 119타로 우승했다. 비제이 싱(피지) 부자가 1타 뒤진 2위를 차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의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은 이제까지 23차례 열렸다. 옛 스타 선수들이 아들, 딸, 사위 등과 팀을 이뤄 이틀간 웃고 즐기며 골프도 함께 하는 이벤트 대회로 둘이 각자의 공으로 치고 더 좋은 곳에 있는 공으로 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파더/선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열리다 올해부터 이름을 PNC 챔피언십으로 바꾸었다. 올해처럼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
플로리다 지역 주니어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찰리는 아버지 우즈와 함께 이 대회에 나와 ‘전국구’를 뛰어넘어 글로벌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대회 이틀째에도 멋진 모습을 자주 보여주던 찰리는 10번 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다음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흔드는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했다.
찰리라는 이름도 평범하지는 않다. 우즈는 전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딸 샘(13)과 아들 찰리 두 아이를 두었다. 2009년 2월 9일생인 아들 찰리(Charlie)의 이름은 1960년 흑인 최초로 PGA 투어 멤버가 된 찰리 시포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우즈는 “아들과 함께 평생 추억이 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찰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