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캘리포니아 LA카운티에서 타이거 우즈가 운전하다 전복된 사고 차량이 현장에 구겨진채 놓여있다./KABC-TV/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에서 차량 전복 사고가 일어났다는 신고가 현지 시각 23일 오전 7시 12분 접수됐다. 앞부분이 처참하게 찌그러진 제네시스 SUV가 도로변 경사진 덤불에 옆으로 누운 채 발견됐다. 구조대원들이 도끼로 앞유리창을 깨고 쇠지렛대로 운전석을 들어올려 운전자를 끌어냈다. 세계 최고의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46·미국·사진)였다.

타이거 우즈./EPA 연합뉴스

혼자 차를 몰고 가던 우즈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크게 다쳤다. 목숨은 건졌으나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른쪽 정강이뼈와 종아리뼈 곳곳이 조각조각 부러져 금속정을 삽입했고, 발과 발목뼈에 나사와 핀을 박았다. 숱한 부상과 역경을 딛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로 우뚝 선 그에게 또다시 엄청난 시련이 찾아왔다.

우즈는 지난 21일 LA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주최했다. 지난해 12월 허리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어서 출전은 못 했지만, 호스트로서 여러 행사에 참석했다. 대회가 끝난 뒤 22~23일엔 이 지역 골프장에서 배우, 농구 선수 등 유명 인사들에게 골프 레슨하는 프로그램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다. 오전 8시쯤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LA카운티에서 타이거 우즈가 운전하다 사고로 파손된 제네시스 GV80 차량을 보안관들이 조사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참가 선수들에게 무상 대여한 차량으로, 측면에 대회 로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고 지점은 커브길에 내리막이어서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었다. 우즈의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지나 반대편 두 개 차선을 가로질러 연석과 나무를 들이받고는 도로를 벗어나 여러 번 굴렀다. 경찰은 우즈의 부상이 워낙 심각해 음주 측정 등을 하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알코올이나 약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과속으로 추정했다.

구조자가 처음 도착했을 당시 우즈는 의식이 또렷했다. 침착하게 자기 이름을 밝히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우즈는 1급 외상 치료 전문 센터인 하버-UCLA 메디컬 센터로 이송돼 장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이날 밤늦게 우즈의 트위터에는 그의 건강 상태를 알리는 공식 성명이 올라왔다. 수술을 마친 우즈가 깨어 있고 반응을 하며 병실에서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사고 지점은 커브길에 내리막이어서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었다. 우즈의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지나 반대편 두 개 차선을 가로질러 연석과 나무를 들이받고는 도로를 벗어나 여러 번 굴렀다.

하버-UCLA 메디컬 센터의 최고의료책임자인 아니시 마하잔 박사는 우즈가 오른쪽 다리와 발목을 심하게 다쳐 응급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개방성 분쇄골절로 정강이뼈에 금속정을 삽입했고, 발과 발목뼈는 나사와 핀을 사용해 고정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장은 “부러진 뼛조각이 피부를 뚫고 외부로 노출돼 골수염 후유증이 가장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즈의 쾌유를 간절히 바라는 전 세계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에 온종일 쏟아졌다. 우즈는 한때 불륜 스캔들로 처절하게 몰락했고, 허리와 무릎 수술을 수차례 받았다. 제대로 걷지도, 눕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2년 전 마스터스에서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하며 위대한 재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오늘 밤 우즈와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는 그동안 타이거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