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를 바닥에 내리쳐 휘어지자 김시우가 15번홀에서 3번 우드로 퍼팅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김시우(26)가 마스터스 15번 홀(파5)에서 자신의 퍼트 차례를 기다리다 홧김에 퍼터를 바닥에 내리치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럴까’ 싶었다.

13번 홀에서 3m 이글 퍼트 실패, 14번 홀 1.5m 파퍼트 실패, 15번 홀 칩샷이 프린지까지 굴러가자 분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김시우는 전날 15번 홀에서도 칩샷이 물까지 굴러 들어가 타수를 잃었다.

하지만 분풀이도 잠시, 퍼터가 휘어져 더는 쓰지 못하게 되자 15번 홀부터 4개 홀을 3번 우드로 퍼팅할 수밖에 없었다. 퍼터를 내려친 곳이 그린이 아니었고 그 이상 문제될 행동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자칫 실격당했을지 모른다.

골프 규칙은 경기 중 손상된 클럽은 손상된 상태로 계속 스트로크를 하든가, 시간 지체 없이 원래의 그립과 샤프트, 클럽헤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수리할 수는 있지만 클럽을 교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스터스의 유리알 그린’에서 우드 퍼팅이라니.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안경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버디 기회를 자꾸 놓쳤다.

김시우가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를 기록하며 공동 6위에 올랐다.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의 7언더파 137타와는 3타 차이로 남은 이틀 동안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날도 1라운드에 이어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 고전하는 선수들 모습이 이어졌다.

김시우는 전반 3번(파4), 6번(파3), 8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후반 13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3m 남짓한 이글 퍼트를 놓친 게 아쉬웠다.

14번 홀(파4)에서 파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면서 3퍼트로 이날 유일한 보기를 했다. 김시우는 우드로 퍼팅하면서 16번(파3)과 18번(파4) 홀의 4m 안팎 버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시우는 “14번 홀 퍼팅 실수와 15번 홀 어프로치 실수가 겹치면서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시우의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김시우는 “두번째 퍼팅이 어렵고 긴 퍼팅들이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샌드 웨지는 컨트롤이 힘들어 3번 우드로 퍼팅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준우승했던 임성재는 이날 8오버파 80타를 치면서 합계 13오버파 157타로 컷 탈락했다. 전날 15번 홀에서 두 차례 칩샷이 물에 빠졌던 충격이 그만큼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