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한국 여자 골프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개 메이저 대회를 무관(無冠)으로 마쳤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시즌은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23일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6649야드)에서 끝난 AIG 여자오픈(총상금 580만달러) 우승은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4·스웨덴)가 차지했다. 마지막 날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친 그는 공동 2위 조지아 홀(25·잉글랜드), 리젯 살라스(32·미국), 마들렌 삭스트룀(29·스웨덴·이상 11언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한국 선수 14명 중에선 김세영(28)이 공동 13위(6언더파)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AIG 여자오픈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다. 앞선 4개 메이저 대회에선 패티 타와타나낏(22·태국), 유카 사소(20·필리핀), 넬리 코르다(23·미국), 이민지(25·호주)가 우승했다. 한국은 올 시즌 현재까지 박인비(33), 김효주(26), 고진영(26)이 비(非)메이저 대회 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이 세 선수와 김세영까지 세계 랭킹 최상위권 4명이 이달 초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으나 메달을 따지 못했다.

매 시즌 많게는 15승까지 올렸던 한국 여자 골프가 뜻밖의 부진에 빠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코로나 확산 여파로 해외 대회 출전과 훈련, 격리 등 일정이 꼬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상위권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해 온 흐름이 끊기면서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성현(28), 전인지(27), 이정은(25) 등 스타들이 비슷한 시기 부진에 빠졌다. KLPGA 투어가 크게 성장하면서 국내 선수들이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미국 진출을 노리지 않는다. 그 사이 태국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 시즌 4승을 거뒀다.

노르드크비스트는 4년 만에 우승을 추가해 투어 통산 9승을 달성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3번째다. 지난 3월 결혼한 그의 남편이 커누스티 링크스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다음 달 4일부터는 미국과 유럽 대항전 솔하임컵이 열리며, 투어 일정은 다음 달 16일 포틀랜드 클래식으로 재개된다. 올 시즌엔 9개 대회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