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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코스도 어렵고 정말 긴 하루였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서 기쁘다. 올해 가족들이 처음 갤러리 나와서 큰 힘이 됐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재미교포 한승수(38)가 26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승수는 26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727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를 2타 차 선두로 출발해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 2위 김연섭(10언더파 278타)을 한 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았다. 2020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지난해 6월 코오롱 한국오픈에 이어 11개월 만에 K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정상이다.

이날은 선두권 선수들이 중반 경기를 진행할 무렵 거센 비가 이어지며 그린에 고인 물을 제거해야 할 정도로 어수선한 상태에서 이어졌다. 한승수에겐 약이 됐다. 10·11번 홀에서 연속 보기로 선두를 내주고 고전하다가 비 덕분에 한숨을 돌린 것. 반면 선두 경쟁을 벌이던 이태희와 김민규는 흐름이 끊기며 이후 샷 난조를 보였다. 한승수는 14~16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 2타 차 선두로 나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민규와 이태희는 공동 3위(8언더파 280타)로 마쳤다.

한승수는 중학교 2학년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열여섯 살이던 2002년 미국주니어 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특급 기대주였다. 그해 AJGA 주관 대회에서 5승을 올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갖고 있던 4승 기록을 깰 정도였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선 주로 미국 PGA 2부 투어, 캐나다, 중국, 아시안 투어를 전전하며 큰 빛을 보지 못했다. 2015년엔 일본 프로골프 투어(JGTO) 퀄리파잉 스쿨을 1위로 합격하고 2017년 JGTO 카시오 월드 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