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자, 또 우승이 왔다. ‘가을 여왕’ 김수지(28)가 기다리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우승을 10월에 따냈다. 깊은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가 선수들을 괴롭힌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유일한 언더파 기록(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을 작성했다.
김수지는 6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4라운드를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해 버디 3개, 보기 5개로 2타를 잃었다. 2위 황유민(21·이븐파)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을 받았다. 러프 길이가 15~20㎝에 이를 만큼 코스 난도가 높았지만, 김수지는 전날 공동 9위로 출발한 3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8타를 줄여 단숨에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날 최종 라운드 중반 윤이나(21)와 박민지(26)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으나 14번홀(파4)과 16번홀(파3) 버디로 추격을 뿌리쳤다.
김수지는 투어 통산 6승 중 3승을 10월, 2승을 9월에 거뒀다. 나머지 1승은 지난해 8월 말에 나왔다. 올 시즌엔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 준우승 등 이 대회 전까지 톱10에 7번 들며 우승 문턱까지 갔다. 가을에 유독 강한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 매 대회 최선을 다하고 우승하고자 임하는데 그 결과가 가을에 나오는 것 같다”며 “여름에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이번 여름은 너무 덥고 습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고 했다.
2017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김수지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우승을 쌓았다. 어렵고 큰 대회에 강하다는 평기다. 통산 6승 중 3승이 메이저 대회에서 나왔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그는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0위(248.17야드)에 올라 있는 장타자이면서, 그린 적중률 1위(79.73%)를 달릴 만큼 아이언샷도 빼어나다. 김수지는 “어려운 코스를 더 좋아하지만 이번 대회는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페어웨이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따라 한두 타 이상 차이가 났다. 모두가 같은 조건이니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제집으로 따지면 어려운 문제집이었다”며 “변별력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즌 초반부터 훈련해오면서 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특히 이번 주는 퍼트 그립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쥐고 쳤다”고 했다.
윤이나와 박민지는 나란히 공동 3위(1오버파)로 마쳤다. 윤이나는 시즌 상금 랭킹 1위(11억3610만원)로 올라섰다. 윤이나는 올 시즌 우승이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한 번뿐이지만 2위 4회, 3위 3회 등 꾸준히 우승 경쟁을 펼쳤다. 올 시즌 3승을 올린 박현경(24·상금 2위)과 박지영(28·3위), 이예원(21·5위), 배소현(31·7위)을 상금에서는 앞섰다. 윤이나는 올 시즌 평균 타수 1위(70.04타), 대상 포인트(485점)와 그린 적중률(78.46%) 2위,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3위(253.42야드)를 달리고 있다. ‘오구 플레이’ 징계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방신실(20·5오버파) 등 3명이 공동 5위, 박현경(6오버파) 등 2명이 공동 8위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