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우영우' 이승민이 11월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장애인골프(G4D) 투어 올 어빌리티 챔피언십(AAAC) 호주 대회 정상에 올랐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이승민의 모습. /세계장애인골프(G4D) 투어 올 어빌리티 챔피언십(AAAC)

자폐성 발달장애 프로 골퍼 이승민(27·하나금융그룹)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 골프(G4D) 투어 올 어빌리티 챔피언십(AAAC) 호주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는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ISPS 한다 호주오픈과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진행됐다. 장애인의 사회 활동에 대한 인식을 고양한다는 취지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한 남녀 프로 골프 대회와 장애인 골프 대회를 많은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께 열었다. 두 살 무렵 선천적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이승민은 발달장애 골퍼로는 처음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가 돼 여러 차례 컷을 통과하며 ‘필드의 우영우’라는 애칭을 얻은 선수다.

이승민은 30일 호주 멜버른 킹스턴 히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5개로 2타를 잃었다. 하지만 합계 4언더파 212타를 기록한 이승민은 공동 2위(10오버파)인 웨인 퍼스크(호주)와 킵 포퍼트(영국)를 무려 14타 차이로 앞서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준우승을 차지한 포퍼트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 어댑티브 오픈 2~3회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한 세계 장애인 골프 랭킹 1위 선수. 세계 장애인 골프 랭킹 2위인 이승민은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이다.

2년 연속 US 어댑티브 오픈을 우승했던 포퍼트를 압도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US 어댑티브 오픈 2·3회 대회는 1회 대회보다 전장을 짧게(6300~6400야드) 만들면서 장타 능력이 뛰어난 이승민이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다. 반면 이번 호주 대회는 ISPS 한다 호주오픈과 동시에 진행하면서 6700야드로 전장이 길어졌다. 이승민은 최근 몸통 스윙과 지면 반발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스윙을 하면서 비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이승민은 “US 어댑티브 오픈 이후 2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 정말 기분이 좋다”며 “갤러리 분들의 응원 덕분에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디 백에 태극기를 달고 나선 이승민의 목표는 장애인 골프 랭킹 1위가 되는 것과 골프 국가대표로 큰 대회에서 활약하는 것. 그는 “장애가 있지만, 용기를 내서 골프를 해 보려는 친구가 많아진 것 같다”며 “그 친구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