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노예림(24)이 고진영(30)을 꺾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노예림(영어 이름 Yealimi Noh)은 10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덴턴 컨트리클럽(파71·6229야드)에서 열린 파운더스컵(총상금 200만달러) 4라운드를 고진영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버디만 3개 잡아낸 노예림은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쳐 2위 고진영(17언더파)을 4타 차로 제쳤다. 2020년 투어에 데뷔한 노예림은 118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처음 우승해 상금 30만달러(약 4억3700만원)를 받았다.
노예림과 고진영은 이날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했다. 노예림이 2번홀(파4) 버디 후 파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고진영은 4번홀(파4)과 6번홀(파5), 8번홀(파5)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3번홀(파4)에서 다시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주 개막전 힐턴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8번홀부터 95홀 연속 노 보기(no bogey) 행진을 이어오던 고진영이 13번홀 세컨드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리면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했다. 노예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홀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14번홀(파4)에서도 노예림 버디, 고진영 보기로 타수 차가 더 벌어졌다. 16번홀(파4)에서 고진영의 보기가 추가됐다. 노예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연습과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며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템포가 빨라지면서 샷이 흔들리기 때문에 이번 대회 내내 템포가 빨라지지 않도록 가장 신경 썼다”고 했다.
세계 랭킹 68위 노예림은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걸스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걸스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위민스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에서 우승한 뒤 2019년 1월 18세 나이에 프로로 전향했다.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들이 대회 개막 직전 월요일에 마지막으로 그 대회 출전권을 다투는 월요 예선을 통과해 2019년 8월 LPGA 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 나섰는데, 1타 차 준우승을 하면서 키 175cm 장타자로 주목 받았다.
2019년 말 Q시리즈 3위에 올라 2020년 LPGA 투어에 정식 데뷔했다. 하지만 상금 랭킹이 2020년 25위(41만5307달러), 2021년 27위(70만8162달러), 2022년 86위(22만6398달러), 2023년 122위(11만9200달러)까지 매년 떨어져 2023년 말 Q시리즈(공동 17위)를 다시 치러야 했다. 지난해 상금 랭킹 48위(82만6470달러), 톱텐 5회로 반등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2023년에 퍼팅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롱 퍼터로 바꿔 도움이 됐다”며 “2025년은 나의 해가 될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고 했다.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었다”며 “부모님과 코치, 친구들이 ‘모든 사람의 스토리가 다르고 각자 자신만의 타이밍이 있다’고 말해줘서 인내심을 가졌다”고 했다.
2019·2021·2023년에 이어 이 대회 4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고진영은 준우승으로 마쳤다. 지난주 개막전 공동 4위에 이어 2주 연속 선전했다. 고진영은 2018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매년 1승 이상씩 올리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올 시즌엔 1월부터 대회에 출전하고 캐디를 바꾸는 등 변화를 줬다. 임진희가 공동 4위(13언더파),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가 공동 7위(12언더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