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4월 10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를 앞두고 열릴 ‘챔피언스 디너’ 메뉴를 공개했다. 2022년에 이어 2024년 마스터스를 우승한 셰플러는 그가 2023년 처음 내놓았던 텍사스 요리에 아버지가 해주던 미트볼과 라비올리를 추가했다.

스코티 셰플러가 내놓을 2025년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 메뉴. /PGA투어

챔피언스 디너는 1952년 골프의 전설 벤 호건(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마스터스 전통 행사로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들을 초청해 저녁을 대접하는 행사다. 대회 개막 이틀 전에 열린다. 셰플러는 20일(한국 시각) 기자회견에서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 메뉴를 공개했다. 애피타이저(식전 메뉴)는 스코티 스타일의 ‘한입’ 치즈버거와 스위트 칠리와 스리라차 마요 소스를 곁들인 새우튀김, 셰플러 아버지 식 미트볼과 라비올리(만두와 비슷한 이탈리아 요리)가 제공된다. 주요리는 텍사스 스타일 칠리와 장작으로 구운 카우보이 립아이 스테이크, 블랙엔드 레드피시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디저트는 바닐라 빈 아이스크림에 따뜻한 초콜릿 칩 스킬렛 쿠키를 준비한다.메뉴 대부분이 셰플러 가족이 사는 텍사스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셰플러는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6살 때 텍사스로 이주해 지금도 댈러스에 살고 있다.

셰플러는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지역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며 “아버지가 만든 미트볼과 라비올리는 내가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2년 전 애피타이저로 내놓았던 음식은 토르티야 수프였는데 “너무 맵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셰플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라비올리를 만들다 손을 다쳐 수술을 받는 바람에 시즌 초반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셰플러의 두 번째 챔피언스 디너에 한 가지 유머러스한 점이 추가됐다”고 평했다. 챔피언스 디너는 전년도 우승자가 자신의 국가나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전통이 있다. 지난해 챔피언스 디너를 준비한 욘 람(스페인)은 스페인 전통 음식인 타파스와 바스크식 꽃등심 스테이크를 준비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를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2022년 챔피언스 디너에 일본식 된장 소스를 얹은 은대구살과 미야자키산 최상급 와규 등심 구이를 대접해 호평을 받았다.

스코틀랜드 의상인 킬트 차림으로 양 염통 요리를 대접한 샌디 라일(1989), 남아공 고기 파이 보보티를 낸 트레버 이멀먼(2009)도 출신 국가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메뉴로 눈길을 끌었다. 마스터스를 다섯 차례(1997·2001·2002·2005·2019년)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세월 따라 달라지는 메뉴를 선보였다. 첫 우승 당시 22세였던 그는 이듬해 치즈버거, 감자튀김, 밀크셰이크 등 또래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음식을 내놓았다. 당시 퍼지 졸러(미국)는 우즈를 향해 “(흑인들이 즐겨 먹던) 프라이드 치킨을 내지 말라”고 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01년 우승 이듬해엔 스테이크와 치킨, 생선 초밥을 대접했다. 1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하고는 전년도 메뉴에 생선회, 게살 어묵, 초콜릿 케이크 등을 더해 좀 더 화려하게 차렸다. 2005년 우승 이듬해엔 할라피뇨, 케사디야, 파히타 같은 멕시코 요리를 냈다. 2019년 우승을 차지하고는 이듬해 스테이크·치킨 파히타와 생선 초밥, 생선회 등을 푸짐하게 내놓았다.

마스터스에 한식이 나올 날은 언제일까. 마스터스 준우승을 차지했던 임성재는 외국 선수들도 좋아하는 양념 갈비를 내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러 차례 마스터스 우승 경쟁을 벌였던 최경주는 처음엔 청국장 찌개를 이야기했지만 외국 선수들이 먹지 못할 것 같다며 된장찌개에 갈비를 준비하겠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