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다.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골프는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빅토르 호블란(28·노르웨이)이 1년 7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2023년 8월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통산 7승째를 거머쥐었다. 호블란은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까지 따 ‘바이킹 태권 소년’으로 통한다.
호블란은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 헤드 코스(파71·7352야드)에서 열린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87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은 156만6000달러.
노르웨이 출신 첫 PGA 투어 우승자인 호블란은 2020년 2승, 2021년 1승에 이어 2023년 3승과 함께 시즌 최고 선수를 의미하는 페덱스컵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2024년 한 차례 준우승에 그쳤고, 올 시즌에도 5차례 출전해 최근 3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는 난조에 빠졌다. 슬럼프 이후 스윙 코치를 다섯 번이나 바꿨다. 이날 공동 선두(3명)로 출발한 호블란은 15번 홀까지 한 조 앞에서 경기하던 토머스에게 2타 차로 뒤져 있었다. 토머스는 버디 7개로 7타를 줄이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2022년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우승 도전.
남은 건 코퍼 헤드 코스 16~18번 홀. ‘스네이크 피트(Snake Pit·뱀 구덩이)’로 불린다. 페어웨이가 마치 뱀처럼 좁고 구불구불하다는 데서 왔다. 퀘일 할로 골프 클럽 16∼18번 홀 ‘그린 마일(사형장 가는 길)’,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 코스 15∼17번 홀 ‘베어 트랩(곰의 덫)’,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 11∼13번 홀 ‘아멘 코너’와 함께 3홀 연속 승부처가 이어지는 PGA 투어 대표적 명소다.
이 승부처에서 호블란은 16번과 17번 홀 연속 버디, 18번 홀 보기로 1타를 줄였다. 반면, 토머스는 16번 홀 보기, 17번 홀 파, 18번 홀 보기로 무너졌다. PGA 투어는 “토머스가 스네이크 피트에 물렸다”고 했다.
스네이크 피트 첫 홀인 16번 홀(파4·456야드)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워터 해저드를 끼고 도는 도그레그(dog leg) 홀.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좁아 티샷 중요성이 높다. 토머스는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왼쪽으로 향하면서 보기를 한 반면,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킨 호블란은 홀까지 185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홀 1.8m 붙여 버디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공동 선두. 호블란은 17번 홀(파3·222야드)에서 3.3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가 됐다. 토머스가 18번 홀(파4·421야드)에서 또다시 티샷 실수로 보기를 더하면서 2타 차로 벌어졌다. 호블란은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냈으나 안전하게 3온 2퍼트로 보기를 하며 1타 차 승리를 지켰다.
8언더파 공동 4위에 자리한 빌리 호셜(미국)은 5번 홀(파5)에서 9번 아이언을 반대로 잡고 왼손으로 어프로치 샷을 해 그린에 공을 올리는 진기명기를 선보였다. 3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나무 가까이 떨어져 정상 스윙을 할 수 없자 홀까지 127야드를 남기고 왼손 스윙을 한 것. 다음 9m 거리 버디 퍼트까지 성공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안병훈이 공동 16위(4언더파), 김주형이 공동 36위(1언더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