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이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4라운드 2번홀에서 파세이브를 한 뒤 홀아웃 하고 있다. /KLPGA

홍정민과 이예원이 17번 홀까지 나란히 10언더파로 공동 선두. 남은 건 464야드 짧은 18번홀(파5). 홍정민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가 갤러리를 맞고 그린 주변에 떨어졌다. 이예원은 18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투온에 성공했다. 하지만 홀에서 8m. 홍정민이 먼저 어프로치 샷을 날렸다. 홀 코앞에서 멈췄고 곧바로 버디. 이예원이 이글을 잡지 못하면 연장전으로 가야 할 상황이었다. 여기서 이예원이 과감하게 굴린 공이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치열한 승부를 마감했다. 이예원은 “제가 치고 제가 놀랐어요. 그린이 빨라 붙이기만 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예원 8m 이글 퍼트가 홀을 찾아가듯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땡그랑’ 떨어지는 순간, 거대한 환호성이 터졌다. 국내 개막전에서 극적인 ‘벚꽃 엔딩’이 펼쳐짐 셈. 주최 측은 버스커 버스커 노래 ‘벚꽃 엔딩’을 틀며 이예원 승리를 축하했다.

이예원(22)이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최종 12언더파 276타로 홍정민(23)을 1타 차로 꺾고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7승을 기록했다. 마지막 날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 2언더파 70타로 전날까지 1위를 달린 홍정민을 제쳤다. 우승 상금은 2억1600만원. 2024년 6월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이후 10개월 만의 우승이다. 안송이(35)가 3위(9언더파)에 올랐다. 이예원은 2023년 제주에서 열렸던 1회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 이어 이 대회에서 2승을 올렸다.

이예원은 승리의 원동력으로 “미숫가루의 힘”을 꼽았다. “지난 시즌 3승을 거뒀지만 체력이 떨어져 하반기에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며 “호주 시드니 동계 훈련 기간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함께 두 달 동안 아침저녁으로 미숫가루(프로틴 포함)에 우유를 타먹어 체중을 3kg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4승 이상을 거둬 단독 다승왕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예원은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우승 없이 신인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3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대상, 평균 타수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3승을 올려 공동 다승왕(5명)에 올랐지만 상금 랭킹 7위, 대상 포인트 4위에 그쳤다. 상금 규모가 크고 대상 포인트가 많이 걸린 하반기에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예원은 “공동 다승왕이 5명이 나올 정도로 상위권 선수들 실력이 평준화됐다”며 “남다른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일 강력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체중이 늘면서 비거리가 늘어 두 번째 샷을 치는 게 훨씬 편해졌다. 아이언 샷을 치면 공이 전보다 묵직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날 승부는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홍정민과 2위로 출발한 이예원 매치 플레이처럼 이어졌다. 평소 가까운 사이인 둘은 2022년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맞붙어 홍정민이 1홀 차로 승리한 바 있다. 당시 16번 홀까지 앞섰던 이예원은 남은 두 홀을 내리 내줘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었다. 이예원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시즌 첫 승을 위해 초집중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3타를 줄인 신지애는 공동 23위(이븐파)로 대회를 마쳤다. “KLPGA투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핀 포지션 등 코스 세팅의 밸런스를 향상시키고 개성 있는 선수들이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이 제주도를 떠나 부산에서 열린 건 2007년 이후 18년 만이며, 동래베네스트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열린 건 1983년 부산오픈 이후 4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