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 2위를 차지했던 임진희(27)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은 16일 “LPGA 투어 2년 차를 맞은 임진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자 선수만 후원한다는 방침을 바꿔 임진희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동안 후원사 로고가 없는 모자를 쓰고 대회에 출전하던 임진희는 18일(한국 시각) 열리는 LPGA 투어 JM 이글 LA 챔피언십부터 신한금융그룹 로고 모자를 쓰고 경기를 펼치게 됐다.
임진희는 201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 최근 급성장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데뷔 5년 만인 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3년에는 시즌 4승을 거두며 KLPGA 투어 다승왕에 오르자 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상 포인트 2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존 후원사였던 안강건설이 경영난으로 후원을 중단하면서 애를 먹었다.
제주 출신인 임진희는 골프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고교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갖지 않고, 노력하면 된다고 믿는 확신이 강한 성격이다. 비교적 늦은 중3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해 국가대표 경력도 없지만 프로 무대에서 꽃을 피운 비결이 여기서 나온다. 경기 도중 표정 변화가 없다 해서 ‘돌부처’, 연습량이 많아 ‘노력 요정’이라는 별명도 있다.
지난해 LPGA 투어 데뷔 첫 시즌에 평균 타수 9위(70.43타), 버디 수 6위(339개)를 기록하며 상금 순위 18위(137만달러)에 올랐다. 상금은 한국 선수로는 5위 유해란(281만 달러), 12위 양희영(196만 달러), 13위 고진영(177만달러) 다음이다. 6차례 ‘톱 10′ 성적을 냈고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여섯 대회에 참가해 파운더스컵 공동 4위,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공동 4위 등 두 차례 톱 10에 올랐다.
임진희는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LPGA 무대를 누비게 되어 영광이다.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 성장 가도를 계속 달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투철한 자기 관리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실력을 키워온 선수로,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 여자 골프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김성현과 LPGA 투어 임진희,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송영한까지 해외 주요 투어에서 활동하는 남녀 골프 선수들을 후원하게 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오는 9월 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에서 한국과 일본, 아시안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남자 골프 대회 신한동해오픈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