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붉은색 홈 유니폼과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뛴다. 붉은 유니폼은 도깨비와 호랑이를 주제로 삼았고, 검은 유니폼은 삼태극 문양을 재해석했다. 거침없이 맞서는 투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한류 문화를 상징한다.
한국을 비롯해 월드컵에 나서는 32국 대표팀은 유니폼으로 자국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나라 역사와 전통, 자연과 문화가 다양한 상징과 색깔, 무늬에 녹아 있다.
멕시코 유니폼은 이번 월드컵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유니폼 중 하나다. 초록색 홈 유니폼에 그려진 무늬는 고대 아즈텍의 깃털 덮인 뱀신 케찰코아틀의 머리 장식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옅은 아이보리색 바탕 원정 유니폼에 복잡하게 그려진 붉은 무늬 역시 아즈텍의 신과 미스텍 문명 예술을 표현한 것이다.
유니폼을 제작한 아디다스의 제임스 웹 디자이너는 “멕시코 문화에 깊이 뿌리 박힌 국가 정신을 담아냈다”고 했다. 고대 도시국가 카르타고의 땅인 튀니지 유니폼에도 카르타고 전사들의 갑옷에서 영감을 얻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일본은 종이접기 ‘오리가미’를 콘셉트로 삼았다. 20년 전, 우승국을 축하하며 종이학 270만개가 요코하마 밤하늘을 수놓았던 2002 한일 월드컵 폐회식 장면이 유니폼 배경이다. ‘일본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환희로 가득한 새로운 풍경을 함께 만들자’는 염원을 담았다.
크로아티아는 홈 유니폼에 많은 이에게 익숙한 빨간색과 흰색 체스판 무늬를 입혔지만, 어웨이 유니폼에는 푸른색을 썼다. 아드리안해의 해안선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푸른 체스판 무늬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가장자리를 흐릿하게 처리해 넘실대는 파도를 표현했다.
카타르 어웨이 유니폼에도 흰 바탕에 군데군데 모래색이 들어가 있다. 희미한 흰색 원형 무늬가 셔츠 전체를 덮고 있다. 사막의 모래폭풍과 과거 활발히 이뤄졌던 진주 채취를 표현했다고 한다.
브라질 유니폼에는 아마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재규어 패턴을 입혔다. 미국의 파란색 어웨이 유니폼에는 미국 길거리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홀치기 염색 기법을 사용해 젊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벨기에 어웨이 유니폼에는 벨기에 유명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투모로랜드’의 불꽃놀이를 표현한 알록달록 그래픽이 들어가 있다.
덴마크 유니폼은 가장 큰 화제를 모은다. 선수 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같은 색으로 통일해 로고 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숨진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카타르 인권 상황에 대해 항의하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유니폼 제작사 험멜은 “우리는 수천 명을 희생시킨 대회에서 눈에 보이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는 스포츠가 사람들을 화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지 않는 경우 우리는 강력하게 발언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카타르 측은 “건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반발했다.
캐나다 대표팀은 참가국 중 유일하게 이번 월드컵을 위한 새 유니폼을 제작하지 않고 기존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 제작사 나이키는 “캐나다는 유니폼 개발 주기가 다르다”고 밝혔고, 캐나다축구협회 얼 코크레인 사무총장은 “그러한 유형의 변화를 만들려면 여러 해가 걸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캐나다는 3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지난 3월 확정했다. 본선 진출 가능성을 낮게 봤다가 유니폼 개발 착수 시점을 놓친 것으로 해석된다. 캐나다 수비수 샘 아데쿠비는 “월드컵은 소중히 간직할 만한 상징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모든 팀이 월드컵을 위한 새 유니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