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국적인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영국 BBC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케이로스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물은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일은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이란과 웨일스의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일어났다. 기자회견에서 BBC 페르시아의 사이마 카릴 기자는 이란의 공격수 메디 타레미에게 “카타르 현장과 이란에서 당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이란) 거리에 있는 사람도 있다. 이란 시위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타레미는 “우리는 축구를 하고자 이곳에 왔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에 ‘축구를 하기 위해’ 참가했다. 다른 요인들이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이곳은 스포츠와 축구를 위한 공간”이라고 했다. 이란 대표팀은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앞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는데, 타레미는 이와 관련해 “어떤 압박도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서방 언론이 이란 정권에 관해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정치적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취재진은 질문할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입장을 존중받고 이해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회견장을 떠나면서 카릴 기자에게 다가가 “다른 나라 감독에게도 다른 문화에 대해 질문해달라. 그게 공평하다”며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물어달라”고 했다. 카릴 기자가 “우리는 정당한 질문을 할 권리가 있다”고 하자, 케이로스 감독은 “나와 선수들에게도 적합한 질문에만 답할 권리가 있다”고 맞받았다.
대회 관계자가 케이로스 감독을 회견장 밖으로 안내하면서 두 사람의 설전은 끝났다. 한 관계자가 “존중, 존중, 존중”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고, 케이로스 감독이 혼잣말로 “영국이 이민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은 해봤나”라고 말한 소리가 영국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이란 대표팀에게도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케이로스 감독은 여러 차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해 급기야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의 B조 1차전에서 2대 6으로 패한 뒤에도 “제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선수들이 지금 처한 상황은 최상이 아니다. 경기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나라를 대표해 뛰는 선수들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뛰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