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6일(한국시각) 브라질전 패배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라운드를 걸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국민들을 향해 반복한 말은 “죄송하다”였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전반에만 4골을 내주며 끌려간 한국은 후반 31분 백승호의 만회골로 따라갔으나 FIFA 랭킹 1위 브라질과의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TV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고생했고 국민과 팬들에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선 다해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했지만 어려운 경기했다. 선수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서 헌신하고 노력한 건 의심의 여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전 안면 부상을 입어 경기 내내 마스크를 쓰고 대회를 소화했다. 그는 “아픈 건 괜찮다. 선수들이 고생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오히려 동료들을 챙겼다.
경기 후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선 “선수들의 헌신이 고마웠고 감명받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에도 손흥민은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응원해주신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선수와 스태프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플레이했다. 팬들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특별한 경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사과를 많이 하고 눈물도 많이 쏟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특히 오랜 팬들은 16강 진출 성과에도 저자세로 나오는 손흥민의 모습이 속상하지만,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손흥민의 첫 번째 월드컵이었던 2014년. 당시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최하위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표팀이 해단식을 갖던 도중 한 시민이 선수단을 향해 호박엿을 던졌고,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를 본 손흥민은 인터뷰 중 “이 엿을 먹어야 되나요?”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4년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으나 아쉽게도 16강 진출은 실패했다.
손흥민은 당시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었지만 계란 세례를 당해야 했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마지막 독일전에서 희망을 봤다. 염원해주신 팬들 덕분이다. 여기서 취하지 않고 더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도중 한 시민이 손흥민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손흥민을 향해 날아온 계란 때문에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과 당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침착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앞서 손흥민이 두 차례 시민들에게 봉변당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눈물 버튼’이다. 이에 팬들은 이번 해단식에서만큼은 손흥민과 선수들을 향한 비난이 없길 바라고 있다. 팬들은 “손흥민 절대 지켜”, “손흥민이 사과하는 것도 마음 아파 죽겠는데, 이번에도 뭐라 하는 사람들 나오면 참지 않겠다”, “16강 간 것만으로도 잘한 거다. 기죽지 말고 들어와라”, “축구 선수들에게 유독 박하다.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여주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