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공동 주최)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 계속되는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제75회 대회는 코로나로 올해 초로 미뤄져 치러졌고, 실업 단 3팀(안양 한라·대명 킬러웨일즈·하이원)이 참가했다. 연세·고려 등 대학 팀들은 “코로나 사태로 빙상장이 폐쇄돼 훈련을 제대로 못 해서 실전을 치르기 어렵다”며 불참했다. 3팀만 참가한 터라 따로 결승전 없이 각자 두 게임씩 치러 종합 성적으로 순위를 매겼다.

31일 전국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 대명과의 최종일 경기에서 안양 한라 공격수 이현승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안양 한라

한라가 31일 대명과의 최종일 경기에서 3대2로 이기고 2승을 거둬 이 대회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대명(1승1패)이 2위, 하이원(2패)이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라는 1피리어드에 대명 전정우에게 2골을 먼저 내줬지만 이영준, 안진휘, 남희두가 골을 차례로 성공시켜 2016년 이후 4시즌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얼음 안보다 밖 상황이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과 일본, 러시아가 공동 주최하던 아시아리그가 취소됐고, 맷 달튼·에릭 리건 등 귀화 선수들은 국내 합류를 못 한다. 평창 올림픽 이후 세대 교체는 지지부진하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백지선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은 “눈에 띄는 젊은 선수가 잘 안 보인다”고 한숨지었다. 2020-2021 시즌은 실업 3팀끼리 5개 대회 총 20경기를 치르는 게 전부다.

평창 올림픽 주역이었던 안진휘(30)와 신상훈(28)은 “실전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예전 같은 경기력이 안 나온다. 8월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예선 등 중요한 대회들이 예정돼 있는데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작년 11월 한라에 입단한 막내 이주형(23)은 “평창 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경기장 정빙을 돕는 ‘아이스 보이’를 하면서 꿈을 키웠는데, 올림픽 끝나고 나니 아이스하키계 현실이 더 얼어붙은 것 같다”고 했다. 한라는 시즌마다 신인 1~2명을 뽑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선수들 진로가 더 좁아지자 지난해 이례적으로 신인 5명과 계약했다. 여기에 못 들어간 대학 청년들은 상무팀 재창단 소식만을 목 빠지게 기다린다. 아이스하키 경력을 이어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