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하루미(晴海) 지역. 도쿄만에 인접해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맨션)가 늘어서 있고, 곳곳에 산책로가 조성된 곳이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복을 입고 달리던 동네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설 한국 선수단이 묵는 올림픽선수촌 숙소동이다.
하루미에 있는 올림픽선수촌 근처 도로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막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숙소동은 사거리 모퉁이에 있어서 유독 밖에서도 훤히 잘 보인다. 한국 숙소동은 개막 전부터 대한체육회가 내건 ‘이순신 현수막’에 일본 언론이 ‘반일 상징’이라며 반발하면서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해당 현수막이 IOC 요청으로 내려진 뒤에도 현지 주민의 관심은 계속됐다. 이날 최고기온 34도의 무더위와 뙤약볕 속에서도 여러 주민이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범 내려온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영상을 촬영하는 현지 방송사 취재진도 있었다. 다른 나라 선수단은 나라 이름이나 국기를 걸었을 뿐, 한국처럼 특이한 문구와 그림들을 내건 곳은 거의 없었다. 독일 선수단이 ‘WIR. JETZT. HIER.’(우리. 지금. 여기.)라는 글귀를 걸어둔 게 눈에 띄는 전부였다.
극우 단체들은 이곳에서 매일같이 한국 선수단을 겨냥해 혐한 시위를 벌인다. 이날 정오쯤에는 숙소동과 약 300m 거리 도로변에서 혐한 성향 ‘일본국민당’이 차량을 몰고 와선 확성기를 이용해 수백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노 코리아(No Korea)’ 등을 외쳤다.
대한체육회는 이순신 현수막을 내리면서 IOC에 ‘욱일기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을 적용해 제재해달라’고 했다. 이날 일본에 도착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나리타 공항 입국장에서 “IOC에서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 (관련 발언을) 자제하기를 바라고 있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관련 약속을) 문서로 받은 것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숙소동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200여m 떨어진 한 아파트 테라스에는 욱일기가 떡하니 걸려 있었다.
한국 선수단 본진은 이날 일본에 입국해 선수촌에 입촌했다. 하루 앞선 18일에 입국한 진종오 등 사격 대표팀 선수들은 19일 아사카 사격장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나섰다. 다른 종목 대표팀도 20일부터 각 훈련장에서 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