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들은 ‘포노(phono) 사피엔스’라 불린다.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IT에 밝다. 이들은 현실의 관계도 소셜미디어처럼 수직 아닌 수평적으로 인식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10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감독과 코치에게 당당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인터뷰나 기자회견 때도 눈치 보지 않고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말한다. 당돌하다 해서 내실이 없을 거라는 편견은 금물. 이들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겨뤄 당당히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어엿한 올림피언이 된 국내 10대 출전 선수들의 당당한 출사표를 들어봤다.
기계체조 여서정(19)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딸이다. “아버지 후광에 어렸을 적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는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공중에서 720도를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은 ‘여서정’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체조연맹 기술집에 올랐다. 아이돌 박지훈과 가수 아이유가 나오는 콘서트를 한 번은 꼭 가고 싶다는 천진난만한 소녀. 하지만 체조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한 목소리로 한참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체조가 멋지다는 생각은 가끔 해요. 약간 날아다니는 거잖아요. 가장 즐거울 때는 아무래도 이겼을 때죠.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즐겁고 싶어요.”
수영 황선우(18)는 이미 ‘한국신 제조기'다. 지난해 11월 ’2020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2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박태환의 2014년 기록을 0.17초 단축했다.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4초96으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썼다. 미국 매체들은 “던컨 스콧 등과 200m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이라고 평가한다. 황선우는 소문난 ‘수영 덕후’다. 쉬는 날에도 하루 종일 수영 동영상만 보고, 수영장을 왔다 갔다 하는 반복 훈련을 가장 즐긴다. “큰 무대라 많이 떨리지만, 열심히 한 만큼 후회 없는 경기 하고 오겠습니다!” 이달 초 당당한 각오를 남긴 그는 19일 선수단과 함께 도쿄로 건너갔다.
양궁 김제덕(17)은 매사에 거침없다. 유럽 축구 최고 난제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중 누가 더 잘하느냐’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0.1초 만에 “메시요”라고 답해버린다. 이런 성격은 고스란히 강점이 됐다. 과감하게 활시위를 당겨 고민 없이 정중앙을 향해 쏜다. 너무 빨리 쏴서 상대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안겨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정신적으로도 튼튼하다. 주변 선배들에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칭찬을 듣는다. 김제덕은 “학교 친구들이 빨리 금메달 따오라고 성화”라며 한국 남자 양궁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연소 올림픽 참가자는 배영 100m, 200m에 출전하는 15세 수영 선수 이은지다. 최연소라는 간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배영 100m에서 한국 신기록(1분00초03)을 갈아 치웠다. 한국 여자 배영 100m 역사 최초로 1분 벽을 깰, 황선우와 함께 수영계의 ‘샛별’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은지는 첫 올림픽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결승에서 7레인, 8레인 말고, 7레인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최종적인 꿈은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내는 것”이라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