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경주 대회 F1(포뮬러원)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루이스 해밀턴(36·영국·메르세데스)이 올 시즌 우승 경쟁자인 막스 페르스타펜(24·네덜란드·레드불)과 충돌했지만, 드라이버 보호 장치 ‘헤일로(halo)’ 덕분에 큰 부상을 피했다.

F1이 드라이버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부터 머신 운전석 위에 Y자형으로 설치한‘헤일로(halo·드라이버 머리를 둘러싼 검은색 부분)’. /F1 홈페이지

해밀턴은 지난 12일 이탈리아 몬차의 아우토드로모 나치오날레 몬차(5.793㎞·53랩)에서 열린 2021 이탈리아 그랑프리 26번째 바퀴 도중 페르스타펜과 충돌했다. 해밀턴이 코너 안쪽을 선점해 도는 순간, 해밀턴 좌측에서 간발의 차이로 쫓아가던 페르스타펜의 머신 오른쪽 뒷바퀴가 해밀턴 머신 왼쪽 뒷바퀴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해밀턴 운전석을 덮쳤다.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해밀턴은 무사히 머신에서 빠져나왔다. 해밀턴과 페르스타펜 모두 이 사고 이후 레이스를 포기했다.

해밀턴은 경기 후 “오늘 운이 좋았다. 나를 구해준 헤일로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헤일로는 드라이버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운전석 위에 만든 Y자형 보호 장치다. 단단한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진다. 헤일로의 무게는 7kg이지만 1만2000kg의 하중을 견뎌낼 수 있다. F1은 경기 도중 사고로 사망하는 드라이버를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도입했다. 도입 초기 헤일로가 머신의 미관을 망친다는 비판이 있었다. 해밀턴도 과거 “보기 흉하다”며 헤일로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헤일로가 이후 여러 사고에서 드라이버 목숨을 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페르스타펜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너를 돌 때 좀 더 공간을 확보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밀턴은 ‘황제’ 미하엘 슈마허(52·독일)의 종전 역대 그랑프리 최다 우승 기록(91회)을 넘어 통산 99승을 올렸다. 작년까지 4년 연속 포함해 총 7차례 시즌 챔피언(2008, 2014~2015, 2017~2020년)을 차지하며 슈마허의 역대 최다 시즌 챔피언 기록(1994~1995, 2000~2004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올해는 녹록지 않다.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 4차례 우승한 해밀턴은 총점 221.5점으로 2위인데, 바로 1위가 이날 사고를 낸 페르스타펜이다. 그는 올해 7차례 우승하며 총점 226.5점으로 해밀턴에 5점 차로 앞서있다. 우승 후보 2명이 빠진 가운데 대니얼 리카르도(32·호주·맥라렌)가 1시간 21분 54초365로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