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호주에서 추방당할 상황에 처했다.
조코비치는 오는 17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호주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5일 오후 11시 30분(현지시각) 빅토리아주 멜버른 국제공항에 내렸다. 하지만 이민국의 입국 검사에서 백신접종 면제 당위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비자가 취소됐다.
조코비치는 곧바로 휴대폰도 압수당한 채 복수의 무장경호원이 지키는 독방에 격리됐고, 변호사가 항소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민국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 이민국은 “입국을 위한 유효한 비자가 없는 호주 비시민권자들은 보호소에 수감된 뒤 추방된다. 조코비치도 예외가 없다”고 밝혔다.
조코비치의 추방 위기는 호주의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앞서 호주 오픈을 개최하는 빅토리아주와 호주테니스협회(TA)는 “조코비치가 백신 접종 면제 특별 허가를 받는 데 성공해 올해 대회에도 참가한다”고 밝혔다. 조코비치는 백신 접종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이라 지난해 도쿄 올림픽도 미접종 상태에서 참가했다. 그는 2년 전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된 이력이 있다.
입국 심사 권한이 있는 연방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호주 국민들이 “조코비치만 특혜를 누릴 순 없다”고 격렬히 반발한 까닭이다. 선수와 코치진, 자원봉사자 등 2000명에 달하는 호주 오픈 관계자들은 전부 백신을 맞았다. 특히 호주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국경을 사실상 봉쇄해 해외 거주 자국민도 귀국 허가를 못받아 가족을 못보고 지냈다. 정부가 백신을 안 맞으면 사회 생활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16세 이상 호주인 가운데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이들이 90%가 넘는다. 그런데도 최근 확진자가 매일 1만명 넘게 나와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4일 “의학적 이유로 백신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누구나 호주 입국이 거부된다. 조코비치가 호주에 도착하는 즉시 다음 비행기에 태워 돌려보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조코비치가 멜버른 공항에 도착하자 이민국은 빅토리아 주정부에 조코비치 입국을 허가할지 여부를 물었고,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내줬던 빅토리아 주정부는 비자 문제는 연방정부 소관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전환했다.
결국 조코비치는 멜버른 공항에서 6일 새벽까지 이민국 조사를 받았고, 공항에 갇혀 추방 대기자가 됐다. 호주 이민국에 따르면 백신 접종 면제는 3개월 이내 심장병 질환자나 발달장애·정신질환자, 코로나 확진 6개월 미만 환자 등 6개 조건에만 국한되는데, 조코비치는 이에 부합한 서류가 없다고 판단됐다. 그러나 조코비치 측은 “반년 전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해 백신 접종을 안 해도 된다”고 맞서고 있다.
조코비치 입국 거부는 외교전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방금 조코비치와 통화했다”며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인 조코비치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 베오그라드에 주재하는 호주 대사를 불러 조코비치의 호주 입국을 허가해달라고도 요구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세르비아 팬은 멜버른 공항에 난입해 세르비아 국기를 흔들며 “조코비치를 입국시켜라” 시위를 벌였다.
조코비치가 백신 문제로 올해 호주오픈 코트를 못 밟게 되면서 이 대회 남자 단식 4연패와 통산 10번째 우승, 메이저 대회 21번째 우승 등의 도전도 물거품 됐다.